
접시에 꽃을 심는다는 뜻의 조선왕실 공예품 '반화(盤花)'가 오늘 국내 관객에게 처음 공개된다. 1886년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에게 건넨 외교 예물의 복원품이다.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설화수의 후원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하루 전인 6월 2일 알려졌고, 공개 무대는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이다.
반화는 금속과 목재, 보석이 한 몸으로 엮인 복합 공예품이다. 줄기는 금속으로 뻗고 꽃잎과 열매는 돌을 깎아 얹었으며, 그것들이 얕은 접시 위에서 하나의 작은 정원을 이룬다. 재료가 서로 다른 성질로 붙어 있는 물건은 흔들림에 약하다. 원본을 비행기에 태워 오는 대신 새로 만드는 길을 택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원본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의 소장품이다. 조선이 프랑스와 조약을 맺던 무렵 바다를 건넜고, 이후 파리에 소장돼 왔다. 예물이 건너간 정황을 두고는 수교를 기념한 선물이었다는 서술과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의 예물이었다는 서술이 갈린다. 그 해가 1886년이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복원의 손은 국가무형유산 옥장(玉匠) 김영희 보유자의 것이었다. 옥을 다루는 사람이 사라진 왕실 장식 공예를 전통 기법으로 되짚었다는 뜻이다. 남은 것은 이역의 진열장 안에 놓인 원본 한 점뿐이었고, 그 형태와 결을 따라가며 같은 종류의 돌을 고르고 같은 방식으로 갈아내는 과정을 거쳤다. 어떤 기법을 어디까지 재현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공개 전이다.
설화수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국립고궁박물관과 왕실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협약을 맺고 이번 제작을 뒷받침했다. 협약이 성사된 해를 두고는 2024년이라는 기록과 지난해라는 기록이 함께 있다. 후원 규모나 지원 범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업이 한 일과 장인이 한 일과 국가기관이 한 일을 어떻게 나눠 부를지에 대해서도 서술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만들어진 반화는 개인이나 기업의 응접실로 가지 않고 국립고궁박물관과 덕수궁 쪽으로 각각 넘겨졌다. 소유가 공공에 남아야 전시와 연구,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원이 홍보로 끝나느냐 유산으로 남느냐는 대개 이 지점에서 갈린다.
전시는 두 곳에서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는 조불수호통상조약과 두 나라가 주고받은 외교 선물을 통해 양국 외교의 내력을 8월 2일까지 짚는다. 덕수궁 돈덕전에서는 '반화, 상서로운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8월 30일까지 반화의 제작 기법과 그 안에 담긴 상징을 풀어낸다. 두 전시가 하나의 특별전을 나눠 맡은 것인지 각각 독립된 기획인지는 정리되지 않았다.
복원품은 원본이 아니다. 그러나 원본이 돌아올 수 없을 때, 기술을 다시 익혀 같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은 유물을 옮기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회복이다. 파리의 수장고에 있는 한 점은 여전히 파리에 있고, 서울에는 그것을 만들 줄 아는 손이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