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공예박물관이 28일 특별기획전 두 건을 한꺼번에 연다. 한국과 프랑스가 국교를 맺은 지 14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더 하이브리드', 그리고 순종과 순정효황후의 가례 120주년을 계기로 꾸린 '안동별궁, 시간의 겹'이다. 박물관은 하루 전인 27일 두 전시의 동시 개최를 알렸다.
'더 하이브리드'는 전시1동 3층에서 열린다. 고종이 외국 사절에게 건넨 선물, 그리고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바다를 건너간 대한제국 공예품들이 이 전시의 출발점이다. 그 물건들은 백 년 넘게 국내외 여러 수장고에 흩어져 있었고, 이번에 한자리에 모인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유물이 17건, 국가유산으로 지정되거나 등록된 문화유산이 9건이다. 독일 로텐바움박물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파리 국립기술공예박물관이 간직해 온 것들도 포함된다. 대한제국의 장인들이 다듬은 나전과 금속, 옻칠의 표면이 유럽의 조명 아래 놓였다가 되돌아오는 셈법을, 전시는 '혼종'이라는 말로 묶었다.
혼종은 순수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서양의 도안이 조선의 칠기 위에 얹히고, 파리의 진열장 규격에 맞춰 조선의 함이 다시 재단되던 시기의 흔적이다. 그 어색한 이음매야말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공예가 감당한 현실이었다.
또 하나의 전시는 전시3동 3층에서 열린다. 서울공예박물관과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이 손을 맞잡아 마련했고, 다루는 것은 황실의 옷이다. 1906년 황태자 순종과 가례를 올린 순정효황후, 그리고 1948년부터 1955년까지 이 터에서 말년을 보낸 의왕 부부의 복식이 중심에 놓인다.

박물관이 선 곳이 바로 안동별궁 터다. 가례가 치러진 마당과 노년의 거처가 겹쳐 있던 땅 위에, 그때의 옷이 다시 걸린다. 장소와 유물이 같은 좌표를 공유하는 전시는 흔치 않다.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물 물건은 의왕이 1906년 왕 책봉식에서 썼다고 전하는 원유관이다. 진본이 관객을 만나는 것은 2013년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절차에서 모습을 보인 뒤 처음이다. 십여 년 만에 빛 아래 나온 관은, 그 사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어둠 속에 보관돼 왔는지를 그대로 증언한다.
여기서 보존과 공개는 늘 맞선다. 직물과 종이, 옻칠은 빛과 습기에 약해 오래 내놓을수록 상한다. 그래서 이런 유물은 볼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고, 박물관은 관객의 눈과 유물의 수명 사이에서 매번 값을 치른다. 두 전시가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관람을 어떻게 신청하는지는 확정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두고 공식 견해를 밝혔다. 수교 140주년과 가례 120주년이라는 두 시간의 눈금이 한 건물 안에서 만나는 일은, 기념행사의 목록에 한 줄을 더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흩어졌던 것을 잠시 모아 보여주고 다시 돌려보내는 일이 공예박물관의 일이라면, 그 잠깐을 놓치는 쪽은 관객이다.
안국역에서 나와 북촌 쪽으로 몇 걸음만 걸으면 낮은 벽돌 건물이 나온다. 그 마당에 서서 발밑이 옛 별궁 터라는 사실을 떠올린 다음 3층으로 올라가면, 파리를 다녀온 칠기와 이 땅을 떠난 적 없는 원유관이 각각의 층에서 기다린다. 4월의 볕이 길게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