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전환 관련 7개 법률 개정안이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기사업법과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여기 포함된다. 같은 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넘었다. 15년을 버틴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곧 RPS가 정부 경쟁입찰 기반 계약시장으로 바뀐다.
발전사업자가 의무 비율을 채우려 REC를 사고팔던 방식 대신, 정부가 발전원별로 물량을 걸고 입찰을 붙인다. 낙찰된 설비는 한국전력공사와 장기 고정가격 전력구매계약을 맺는다. 신규 설비에 대한 REC 발급은 내년부터 멈춘다.
기존 설비가 하루아침에 끊기지는 않는다. 돌아가고 있는 발전소는 REC를 계속 받는 경과조치를 적용받고, REC 현물시장은 법 시행 뒤 3년의 유예를 거쳐 2029년 12월 31일 문을 닫는 일정이다. 그 3년을 언제부터 세는지는 시행 단계에서 정리될 사안이다.
정부가 제도를 갈아엎은 이유도 설명됐다. RPS가 보급량을 늘리는 데는 몫을 했지만 발전단가를 떨어뜨리고 국내 산업을 키우는 쪽에서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값을 낮추고 산업을 남기겠다는 뜻이다.
시민 쪽에서 눈여겨볼 조항은 따로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주변지역 등에서 추진되는 1MW 이하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은 다른 전기사업에 앞서 전력계통에 접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계통 접속은 지금까지 소규모 사업자가 가장 자주 막히던 관문이었다. 여기에 여러 발전설비를 하나의 접속설비로 묶는 '재생에너지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의 근거도 신설됐다. 소규모 설비를 위한 별도 시장도 운영된다.
전력망 건설의 주체도 넓어졌다. 그동안 국가기간 전력망은 송전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가 도맡았다. 개정법은 전력망확충위원회 의결을 거친 경우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허용한다. 대신 완공한 설비는 한전에 넘겨야 하고, 이 조항 자체가 2029년 12월까지만 살아 있는 한시 규정이다.
발전공기업 등에는 일정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설치할 의무가 부과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노동자 고용안정과 전직 지원, 폐지지역 대체산업 육성을 담은 특별법도 함께 제정됐다.
정부는 AI·반도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내놓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조기 달성 계획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원전과 SMR, LNG 활용, ESS와 양수발전 확대 방침이 함께 담겼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에너지의 날'을 맞아 성명을 냈다. 100GW 확대 계획은 환영하되 화석연료와 원전을 함께 동원하는 방침에는 우려를 표했다. 이 단체가 정부에 촉구한 5가지 가운데 하나는 2030년 100GW 목표의 차질 없는 이행이다. 또 하나는 기업의 RE100과 PPA를 넘어 일반 시민에게도 자기가 쓰는 전기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고를 수 있는 '녹색전기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였다.
법이 통과됐다고 발전소가 서는 것은 아니다. 입찰 물량을 발전원별로 어떻게 나눌지, 계약 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 1MW 이하 주민참여형 사업의 '주변지역'을 어디까지로 볼지는 모두 시행령과 고시에서 결판난다.
그 조용한 구간이 시민에게 열려 있다. 시행령과 하위규정은 입법예고를 거치고, 누구든 의견을 낼 수 있다. 우리 마을 저수지에, 축사 지붕에, 폐교 운동장에 1MW짜리 주민참여형 발전소를 올릴 수 있는지, 이 물음에 답을 만들 사람은 결국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다.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사는 지역의 에너지 담당 부서에 전화해 주민참여형 사업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15년 만에 판이 바뀌었고, 빈칸은 채워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