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해 한용운을 기리는 기념행사가 광복절을 낀 팔월 중순에 잇따라 열리고 있다. 승려로 살았고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으며 시를 남긴 사람의 세 겹을 한꺼번에 불러내는 행사다. 여든한 번째 광복절은 지난 주말 지나갔다. 같은 해에 을유해방기념비도 선 지 여든 해를 채웠다.
세 겹은 서로 잘 붙지 않는다.
새벽 예불과 만세 소리와 밤에 적은 사랑의 시를 한 사람의 이력으로 묶으려면 어느 하나는 접어 넣어야 한다. 승려로만 기리면 시가 남고, 투사로만 기리면 산문이 남는다. 올해 행사는 셋을 따로 나눠 담는 대신 한 무대에 올려두는 쪽을 택했다.
만해는 1944년에 눈을 감았다. 해방을 한 해 앞두고였다.
을유는 해방이 온 1945년의 간지다. 비는 그 기억을 굳히려고 돌로 세워졌고, 올해로 여든 해를 넘겼다.

여든 해를 버틴 돌을 어떻게 다룰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유물로 두려면 둘레에 줄을 치고 사람을 물려야 하고, 기념행사의 무대로 쓰려면 사람과 소리와 발자국을 받아야 한다. 둘 다 기억을 지키자는 말인데 지키는 방법이 서로 반대로 간다. 광복 81주년과 비의 여든 해가 한 철에 걸린 올해는 그 갈림이 더 또렷해진다.
기념일은 하루면 끝난다. 그 하루를 견디게 하는 것은 돌을 닦고 풀을 뽑고 향을 사르는 손들이며, 행사가 끝난 뒤에도 비를 관리하는 것은 대체로 그 동네 사람들이다.
행사는 팔월 중순에 끝나지만 비는 그 뒤에도 그대로 서 있다. 사람이 빠진 다음에 찾아가면 새긴 글자를 천천히 읽을 수 있다. 그 돌이 무엇을 받아 적었는지는 서서 읽는 사람이 정한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8월 중순
내용: 만해 한용운 기념행사, 광복 81주년 및 을유해방기념비 건립 80주년 기념행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