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이끼가 넘어간 줄눈 두 줄

편집부·입력 2026. 08. 03. 오전 9:57:00
흐린 한낮의 담벼락, 초록이 짙어지는 가장자리를 따라가 본다
쌓은 솜씨와 지나간 여름이 같은 면에 있다
쌓은 솜씨와 지나간 여름이 같은 면에 있다 / 사진 Natalia Olivera · Pexels

검푸른 이끼 덩어리가 가운데 돌의 아래쪽 절반을 덮고 있다. 경계는 톱니처럼 들쭉날쭉하고, 초록이 가장 짙은 곳은 그 덩어리의 위쪽 언저리다. 돌빛은 회색 하나로 가지 않는다.

분홍과 옅은 붉은 기가 군데군데 배어 나오고, 위쪽 돌 표면에는 연둣빛 가루가 얇게 앉았다. 그림자가 거의 없는 흐린 한낮이다.

줄눈이 가로로 한 줄, 세로로 한 줄 지나가며 돌 세 덩이를 갈라놓는다. 사람이 그은 선이다. 이끼는 그 선을 타고 넘어 위쪽 돌까지 연한 초록 띠를 올려놓았다.

담을 쌓은 손이 맞춘 것은 면과 각이었다. 이끼는 그 뒤에 왔다. 장마가 여러 번 지나가고 그늘이 같은 쪽에 오래 머무는 동안, 사람이 고르지 않은 무늬가 붉은 돌 위로 번졌다.

오래된 담이 눈길을 붙드는 힘의 절반은 쌓은 솜씨에서, 나머지 절반은 그 위를 지나간 여름들에서 온다. 손질을 할 때 어디까지 걷어내야 하는지가 늘 어렵다.

오른쪽 돌을 다시 본다. 같은 이끼인데 초록이 거의 빠졌고 검은 얼룩만 딱지처럼 남았다. 물이 덜 닿는 쪽이다. 가운데 이끼 위로는 마른 실 같은 줄기 몇 가닥이 흩어져 있어, 초록이 한창인 곳에도 말라 가는 부분이 섞여 있음을 알려준다.

왼쪽 위 모서리에는 흰 조약돌 하나가 돌 살에 박혀 있다. 담을 세우던 날 반죽에 섞여 들어갔을 작은 알갱이가 그대로다.

이끼의 가장자리를 눈으로 따라가 보면, 그 선을 그린 것이 비인지 그늘인지 헷갈린다.

편집부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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