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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스코프3를 세우는데, 중소 제조기업은 첫 칸에서 막힌다

곽동현·입력 2026. 08. 02. 오후 7:17:00
ESG 공시 의무화가 다가오는데, 제도는 그 격차를 좁힐 설계를 갖추지 못했다
공시 능력의 차이가 기업 평가의 차이로 옮겨간다
공시 능력의 차이가 기업 평가의 차이로 옮겨간다 / ⓒ 브레스저널

공시 담당자가 따로 없는 회사에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를 요구하면, 그 일은 어느 책상에 놓이게 될까. 총무를 겸하는 과장이거나, 오래 설비를 만져 온 공장장이다. 표의 첫 칸에 무엇을 적을지부터 막힌다. 같은 시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배출 지표는 항목별로 비교되고, 그 비교가 기업 평가의 재료로 쓰인다.

격차는 보고서를 만들 수 있느냐에서 벌어진다.

ESG 공시 의무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대기업은 산정체계를 갖추는 단계로 넘어갔다. 협력업체와 원자재까지 포함하는 스코프3 산정체계를 세우는 작업이 여기 포함된다. 반대편에는 설립된 지 수십 년 된 제조기업들이 있다. 이들 상당수는 측정 장비도 전담 인력도 없이 대기업 협력망 안에 들어 있다.

오래된 공장일수록 배출 자료가 종이에 남아 있다. 전기요금 고지서와 유류 구매 전표를 뒤져 열두 달치를 맞추는 일부터 해야 한다. 외부에 맡기면 비용이 든다.

제도는 보고서를 요구하는 데는 정교하고, 보고서를 만들 힘을 나누는 데는 성글다. 이대로 의무화가 진행되면 측정 역량의 차이가 그대로 기업 등급의 차이가 된다.

대기업의 스코프3 산정은 협력업체 자료 위에서 완성된다
대기업의 스코프3 산정은 협력업체 자료 위에서 완성된다 / ⓒ 브레스저널

규제란 앞선 기업부터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라는 반론이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스코프3를 산정하려면 협력업체의 전력 사용량과 원자재 배출량이 필요하고, 그 요구가 아래로 내려가면 중소기업도 데이터를 갖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요구는 내려가고 역량은 내려가지 않는다. 협력업체가 받는 것은 양식과 기한이며, 그 양식을 채울 사람은 회사 안에서 구해야 한다. 원하는 형식으로 데이터를 낼 수 있는 곳은 협력망에 남고, 그러지 못한 곳은 거래에서 밀려난다. 공시는 환경 성과를 재는 장치에서 거래 자격을 가르는 장치로 바뀐다.

협력업체가 제출해야 하는 항목이 몇 개로 정리되는지, 그 항목을 채울 도구를 누가 제공하는지가 격차의 폭을 정한다. 공용 양식 하나와 무료 산정 도구 하나로 사정이 달라지는 회사가 적지 않다.

보고서를 낸 기업의 목록은 길어질 것이다. 그 목록에 이름이 없는 회사가 배출을 많이 해서 빠졌는지, 셀 줄 몰라서 빠졌는지는 목록만 봐서는 구분되지 않는다. 제도가 그 둘을 갈라내지 못하는 한, 공시는 성과 대신 기업 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곽동현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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