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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유산의 여섯 번째 이름을 부르다

김범수·입력 2026. 07. 21. 오전 10:34:00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선언' 만장일치 채택
확대 등재 심의를 앞둔 서해 갯벌의 물 빠진 아침
확대 등재 심의를 앞둔 서해 갯벌의 물 빠진 아침 / ⓒ 브레스저널

7월 20일 부산 벡스코 본회의장에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첫날이었다. 한국 정부가 문안을 주도했고, 무력분쟁과 기후변화, 재난과 개발 압력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시대에 협약국들이 무엇을 함께 해야 하는지를 담았다. 한국에서 이 회의가 열린 것은 1988년 협약 가입 뒤 38년 만이다.

선언은 세계유산협약이 오래 붙들어온 다섯 개의 전략목표인 신뢰성, 보존, 역량 강화, 소통, 공동체에 '협력'을 여섯 번째로 얹자고 제안했다. 이 목록은 2002년 부다페스트에서 네 개로 출발했고, 2007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공동체가 다섯 번째로 들어왔다. 선언 원문의 영문 표기를 두고는 서술이 갈리는 부분이 있어, 공식 문안이 배포될 때 확인해야 할 사항으로 남는다.

유산을 위협하는 것들은 국경 안에서 멈추지 않는다.

선언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따로 관리하던 관행을 넘어 통합 관리로 가자고 적었다. 모니터링과 위험 기반 계획, 기후 적응 정책을 한 줄로 꿰자는 주문도 들어갔다. 해석의 문제도 건드렸다.

전문성과 근거를 갖춘 포용적 해석을 강조하면서, 지역공동체와 원주민, 전통지식을 지닌 이들이 해석 과정에 들어와 공동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의 책임을 세계유산 분야 공식 선언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문안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4월 국내 전문가 공청회와 국제 전문가 화상회의, 5월 서울 국제 전문가 회의를 지나며 표현이 다듬어졌다. 21개 위원국과 ICCROM·ICOMOS·IUCN 세 자문기구가 참여했다. 부산포럼과 국경을 넘나드는 유산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12개 후속사업도 함께 제시됐다.

선언이 종이에 머무는지 아닌지는 이번 회의장 안에서 곧바로 시험된다. 심사대에 오른 등재 안건은 33건. 그 가운데 한국이 내놓은 것이 2021년 등재된 '한국의 갯벌'을 넓히는 확대 등재다. 심의는 25일로 예상된다.

확대 대상에 포함된 가로림만 갯벌의 등재 면적은 약 6400ha다. 해양생물 약 170종이 사는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양생물보호구역이 됐다. 그런데 가로림만 전체 9200여ha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태안 쪽 갯벌은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 등재 경계선은 주민 동의를 얻은 구역까지만 그어졌다.

회의 바깥의 부산도 분주하다. 20일 오전 벡스코 야외광장에서 경복궁 밖에서는 처음이라는 수문장 교대의식이 재현됐고, 개최국 공식 전시관 '대한민국관'이 문을 열었다. 35개 기관이 참여한 이 전시관은 29일까지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무료로 운영된다.

해설 프로그램은 매일 두 차례, 무대에서는 전통 공연 38건이 이어진다. 같은 날 저녁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환영만찬에는 73개국 142명이 모였다.

부산에는 이 도시가 직접 품은 유산의 이야기도 있다. 수영야류와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지녔고,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2023년 잠정목록에 오른 뒤 2030년 정식 등재를 바라보고 있다.

선언이 제안한 여섯 번째 목표가 협약의 공식 목표가 되기까지는 별도의 절차를 지나야 한다. 그 사이 부산에서는 관람객 대상 해설 프로그램이 29일까지 매일 두 차례 열린다. 갯벌 확대 등재 여부는 25일 심의에서 가려진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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