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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의 다음 장, 부산에서 열린다

김범수·입력 2026. 07. 17. 오후 12:22:00
세계유산위 첫 국내 개최 사흘 앞, 물에 잠긴 암각화가 답을 요구한다
대곡천 물이 오르면 암각화 중심 암면부터 잠긴다
대곡천 물이 오르면 암각화 중심 암면부터 잠긴다 / ⓒ 브레스저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올린다. 협약 가입 38년 만에 한국이 처음 여는 회의다. 21개 위원국을 포함해 196개 협약국 대표단 등 약 3000명이 부산에 모여 자연유산 7건과 문화유산 22건을 비롯한 33건의 등재 안건을 놓고 열흘 남짓 토론한다. 그중에는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안건도 들어 있다.

부산시가 내건 슬로건은 '어제의 유산에서 내일의 자부심으로'다. 운영비는 국비 179억원에 시비 13억원을 더해 192억원으로 잡혔고, 시는 회의 기간 12만여명이 부산을 찾으리라 본다. 지난해 7월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회의가 부산을 개최도시로 정했다.

개막 이틀 전인 17일에는 등재 이후의 관리 실태를 담은 결과가 나왔다.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는 지난해 7월 12일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그 일주일 뒤인 7월 19일부터 8월 24일까지 국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중심 암면은 물속에 있었다. 지난 한 해 침수 일수는 모두 37일. 2026년 중점 관리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 결과가 이 암각화에 매긴 등급은 '주의 관찰'을 뜻하는 C-1이었다.

침수 일수는 해마다 널을 뛴다. 2021년 18일, 2022년 23일이던 것이 2023년에는 68일로 뛰었고 2024년에는 하루도 잠기지 않았다. 강수량이 결정한다.

대곡천을 4.5㎞ 내려가면 사연댐이 있는데, 이 댐에는 수문이 없다. 물이 차면 넘쳐흐르는 자연 월류형이라 수위 53m에서 암면 일부가 잠기고 57m면 전부 물밑으로 들어간다. 너비 15m, 높이 7.3m짜리 수문 세 개와 취수탑을 새로 놓는 사업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같은 계곡의 국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도 '주의 관찰' 판정을 받았다. 높이 2.7m, 너비 10m 바위 면이 위쪽으로 25도쯤 기울어 처마처럼 앞으로 나와 있는 곳이다. 새겨진 면 아래쪽을 중심으로 이끼와 미생물에 의한 손상이 늘고, 암반 둘레에는 습기가 머무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낙동강하구 보전을 요구하는 행진이 회의 개막을 앞두고 이어졌다
낙동강하구 보전을 요구하는 행진이 회의 개막을 앞두고 이어졌다 / ⓒ 브레스저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암반면 열한 곳에 변위계를 달아 상시로 재고 있다. 온도에 따른 흔들림은 폭이 크지 않고 1년을 주기로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분석이다.

등재를 향한 발걸음은 전국에서 이어진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17일 영화의전당에서 센텀시티역까지 걸으며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실효성 있는 보전책을 함께 요구했다. 전북 김제시는 금산교회 선교기지를 두고 기초학술조사를 시작해 연말 조사가 끝나면 잠정목록 공동 신청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충남 보령시장은 지난 15일 국가유산청을 찾아 충청수영성 등재 협력을 건의했다. 부산시 자신도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2030년 등재를 겨눈다.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일과 그 이름을 지켜내는 일은 다른 근육을 쓴다.

회의는 20일부터 본회의로 들어가고 폐회식은 28일 또는 29일로 잡혀 있다. 부산시는 회의 성과를 담은 '부산 선언' 채택을 추진하며, 글로벌 유산포럼과 유네스코 협력기관 유치를 뒷일로 남겨뒀다. 23일 환영만찬에서는 부산시립예술단이 '바라는 바다'를 무대에 올리고 지역 식재료로 차린 상이 나온다. 대표단은 근현대역사관과 임시수도기념관, 전통시장을 도는 부산유산 필드트립과 반구천 암각화·불국사를 찾는 세계유산 필드트립에 나선다.

벡스코가 있는 해운대와 센텀시티 일대에서 열흘 동안 세계 각국의 유산 논의가 오간다. 10월이면 같은 도시의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그 라인업은 9월 1일 공개된다.

바위에 그려진 고래와 사슴은 7000년 가까이 물과 바람을 견뎠다. 그 그림이 다시 잠기는지 아닌지는 목록이 아니라 댐의 수위가 결정한다. 이번 주 부산에 모인 사람들이 만든 문장이 그 수위에 닿을 수 있을 때, 등재는 비로소 시작이 된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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