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이 지난 17일 시행에 들어갔다. 저탄소철강 인증제도, 특구 지정, 사업재편 지원, 공정거래법 특례가 담겼고,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방안은 법 조항에 들어가지 않았다. 같은 날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250만톤 규모 전기로 준공식을 열었다. 단일 설비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이며, 김민석 국무총리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광양 전기로는 고로와 견줘 탄소 배출을 최대 75%까지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HyREX) 상용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함께 두고 있다. 설비는 세워졌지만, 이를 돌리는 전력 비용과 배출권 부담이 전환 국면의 변수로 남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집계 기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단가는 75.8% 올랐다. 동국제강의 2025년 전력비는 2960억원으로 같은 해 영업이익 594억원의 약 5배에 달했고, 그해 가동률은 74.9%였다. 포스코는 전체 전력 소비의 약 85%를 자가발전으로 충당해 왔다.
배출권 쪽 조건도 바뀐다. 정부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기존 대비 16.8% 줄인 25억3730만t으로 확정했다.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은 10%에서 2030년 50%까지 늘어난다.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 기준 2025년물 배출권(KAU25) 가격은 지난해 12월 t당 1만원 수준에서 2만원대로 올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유상할당 50% 확대 시 제조업 전기요금 부담은 연간 약 2조5000억원 늘고 1차금속 업종에서 3094억원, 화학업종에서 416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무역집약도를 반영한 무상할당을 받지만, 이들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는 발전업으로 분류돼 유상할당 확대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의 연료 가운데 석탄이 약 48%를 차지하고, 설비 규모로는 약 1.3GW다. 원·달러 환율도 2025년 6월 1380원대에서 1500원 안팎까지 올라 설비 도입 부담을 키웠다.
공급 쪽 그림은 세계적으로도 빠듯하다. 세계철강협회는 현재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놓고 볼 때 2020년대 말까지 친환경 철강 생산이 연간 약 7000만톤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연간 철강 생산 전망치 약 20억톤과 견주면 3.5% 수준이다. 계획된 친환경 철강 프로젝트 중 절반가량은 일정이 밀린 상태다.

재원 격차는 더 크다. 철강 탈탄소화에 각국 정부가 약속한 지원 규모는 200억달러(약 27조6000억원)인 반면, 필요한 투자액은 1조5000억달러(약 2070조원)로 추산된다. 필요 재원의 1.3%만 확보된 셈으로, 철강 산업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7~9%를 차지한다는 점과 대비된다. 세계철강협회 샤오량 중 부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 철강 1톤당 배출량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비 증설 흐름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신규 고로 용량이 2024년부터 올해까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계획된 것만 따져도, 전 세계 친환경 철강 프로젝트를 모두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는 것이 OECD 전망이다. 고로는 한 번 지으면 최대 40년을 쓴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철강업계 연례 회의에서는 프로젝트 지연과 정부 지원 부족, 수요 부진이 핵심 문제로 꼽혔다.
수요를 만드는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말레이시아 철강산업연맹 여춘퀴 부회장은 그린스틸 논의가 공급에만 쏠려 있었다며, 주요 인프라 사업에 친환경 철강을 쓰도록 정부가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30년 그린스틸 1000만톤 공급을 목표로 향후 10년간 3조엔(약 28조6000억원)을 에너지 전환과 철강 탈탄소 기술에 넣는다. EU는 '유럽 철강 및 금속 행동계획'에 전력구매계약 활성화, 에너지 세금 감축, 전력망 확대, 배출권거래제 전기요금 내 탄소비용 보상을 담았고, 인도는 그린스틸 생산과 공공조달 우대를 포함한 로드맵을 내놨다.
한국의 2025년 조강 생산량은 6200만톤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2022년 이후 7000만톤 생산체계가 무너진 뒤로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 지원책과 분산에너지법에 근거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업계에서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철강 주권을 사수하라!: 변화하는 글로벌 철강 정책 패러다임'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K-스틸법의 인증제도와 특구 지정이 실제 어느 규모의 전환 자금과 연결되는지는 하위 법령과 예산 편성에서 드러난다. 광양의 전기로는 국내 최대 규모지만, 세계 친환경 철강 공급 전망과 견주면 한 조각에 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