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 탈탄소 전환을 뒷받침하는 법안 2건이 2026년 3월 국회에 발의됐다.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기업의 탈탄소 전환 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안'과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산업 그린전환 촉진법안)이다. 이 가운데 탄소중립산업법안은 3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법안에 탄소차액계약제(CCfD)가 담긴 데 따라 '한국형 탄소차액계약제도 설계 및 법령안 마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CCfD는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비용과 배출권 거래가격의 차액을 기준으로 정부와 기업이 서로 정산하는 제도다. 배출권 시장가격이 약정가격보다 낮으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고, 시장가격이 약정가격을 웃돌면 기업이 초과분을 정부에 돌려주는 양방향 정산으로 설계됐다. 국내 배출권 시장은 과잉 할당의 영향으로 유럽연합 등에 비해 낮은 가격대를 형성해왔다. 가격이 낮게 유지될수록 정부가 부담할 차액은 커진다.
법안 조문상 계약기간 상한은 15년이고, 정부 쪽에서는 10~15년 장기계약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하한 연수와 확정 단계가 일치하지 않는 상태다. 상한 15년은 양쪽에서 공통으로 확인된다.
재원도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두 법안 모두 기후대응기금을 주된 재원으로 지목하는 한편, 배출권 유상할당 수익금을 CCfD 재원으로 검토한다는 서술도 나온다. 기후대응기금은 계획 대비 실제 확보액이 2022년 43.6%, 2023년 21.3%에 머물렀다. 확보율이 이 수준에 머무르면 장기 정산을 전제한 계약 설계는 재정지출 상한 장치에 더 크게 기대게 된다.
두 법안은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산업GX촉진법안은 사업자단체가 업종별 로드맵을 자율 수립하고 정부가 심의·승인하는 상향식이다. 기업이 감축목표를 선언하고 경쟁입찰에 참여해 이행협약을 맺으면 성과에 연동한 지원금을 받고, 목표에 미달하면 회수된다. 탄소중립산업법안은 기후부장관이 중점산업을 지정하고 탄소중립전문기업을 확인해 집중 지원하는 하향식이며, 탄소중립 관련 생산량·투자금액 등을 기준으로 국세·지방세를 감면하는 조항을 뒀다.

주무부처는 각각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나뉜다. 집행기관도 국가산업그린전환진흥원과 탄소중립산업정보센터로 따로 설계돼 있다. 두 부처의 소관 조정 논의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CCfD 우선 지원 대상으로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난감축 업종이 거론된다. 대상 기술로는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확대, CCUS, 저탄소 화학공정 등이 언급되지만, 기후부 관계자는 특정 기술로 한정하지 않고 고비용 혁신 설비 전반을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용역에서 지원 대상 업종·기술, 최소 감축량, 입찰·선정 절차, 기본계약가격 산정 방식, 재정지출 상한 장치, 표준계약서, 정산 방식, 운영지침, 기업용 가이드북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완료 목표 시점은 정해져 통보되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2026년 7월부터 새 철강 TRQ(관세할당) 제도를 시행하며, 미국과 캐나다도 철강 무역보호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6월 9일 밝혔다. 같은 날 서울 잠실동에서 열린 제27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산업통상부는 철강산업 발전 기여자 31명을 포상했다. 장인화 한국철강협회 회장은 기념사에서 상생 협력, 철강산업 생태계 보호, 고부가 저탄소 전환을 과제로 제시했다.
지원 제도가 설비 투자 쪽에 집중돼 있는 점은 그대로 남는다. 저탄소로 만든 제품을 누가 사줄지에 관한 장치가 함께 굳어지지 않으면, 감축 비용을 보전받은 설비가 만든 제품은 기존 제품과 같은 가격대에서 경쟁하게 된다. 배출권 가격이 낮게 유지되는 국면에서는 정부 지급액이 늘고, 가격이 오르면 기업이 돌려줄 금액이 늘어난다.
철의 날은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 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나온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53년이 지난 지금 조업의 관건은 용광로를 어떻게 대체하느냐로 옮겨 왔고, 그 전환에 붙는 비용의 배분 방식은 CCfD 용역 결과와 두 법안의 국회 심사에서 윤곽이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