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0년 사이 17%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감축이 경제를 멈춰 세우는 일이라는 오랜 통념에 실측값이 하나 더 얹힌 뜻이다. 같은 주, 한국 국회에서는 후반기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었다. 유럽의 실적과 국내 입법 시계가 같은 주에 겹쳤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제436회 임시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뽑았다. 활동 기간은 8월 말까지, 두 달 남짓이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배출권거래제 개선, 기후예산 체계 구축, 기후적응과 기후금융 입법이 논의 대상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탄소중립기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이 2030년 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두 점만 찍어두고, 그 사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경로를 비워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미래세대의 환경권과 생존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취지였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 기한은 넘겼고, 전반기 특위는 장기 감축경로 입법을 매듭짓지 못했다. 첫 회의에서 박지혜·김소희 간사와 이소영·정혜경 의원이 입법 지연의 책임과 기한 내 처리 필요성을 나란히 꺼낸 배경이다. 후반기 특위의 가장 큰 숙제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장기 감축경로 설정으로 모인다.

경로를 어떻게 그릴지를 두고는 견해가 갈린다. 2050년까지 해마다 같은 폭으로 줄이는 '선형 감축 경로'를 법에 못 박자는 쪽과, 초기 감축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쪽이 맞선다. 어느 쪽도 감축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총량이 결국 대기에 남는다는 사실 때문에, 같은 종착점을 향해도 곡선의 모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데서 갈라지는 견해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22일 한 인터뷰에서 절충안을 내놨다. 탄소중립기본법에 2050년까지의 선형 감축경로를 하한선으로 명시하고, 2040년과 2045년 목표는 각각 2030년과 2035년이 오기 전에 결정하자는 제안이다. 하한을 법에 박아 후퇴를 막되, 중간 목표는 그때의 기술과 여건을 보고 정하자는 설계다. 안 교수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깥의 사정도 논의를 재촉한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넓어지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탄소 규제도 강해지는 흐름이다. 제품에 담긴 배출량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출에 제약이 생긴다. 감축 경로를 법에 명시하면 기업도 대응 시점을 미리 계산할 수 있다.
2035년 목표의 감축률과 기준연도는 확정되지 않았고, 특위에 남은 회의도 여름 한 철뿐이다. 유럽의 17%는 특정 산업을 몰아세워 얻은 성적에 가깝지 않다. 전력·수송·건물 전반에서 조금씩 덜어낸 결과에 가깝다. 국내에서도 각 가정의 전기·가스 사용량은 검침 고지서와 각 공급사 앱에서 월별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