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가 한 해 동안 차오르는 높이가 2㎜에서 4.3㎜로 바뀌었다. 유엔이 세계 해양의 날인 6월 8일(현지시간) 공개한 '제3차 세계해양평가' 보고서에 담긴 값이다. 2015년 이전 연평균 2㎜였던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 폭은 2023년 연평균 4.3㎜로 두 배 넘게 커졌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기후를 조절하며 생물다양성과 식량·에너지·광물을 떠받친다. 그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생긴 초과 열의 약 90%,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해왔다. 물은 데워지면 부피가 늘어난다. 해수면이 차오른 원인의 상당 부분이 이 단순한 물리에서 나온다.
열이 쌓인 시점도 최근으로 몰려 있다. 1955년 이후 바다가 흡수한 전체 열에너지 증가분 가운데 약 16%가 2018년 이후 짧은 기간에 발생했다. 온난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관측된 곳은 대서양과 인도양, 남태평양 해역이다. 70년치 축적분의 6분의 1이 최근 몇 해에 몰렸다는 뜻이다.
이 변화가 사람에게 닿는 경로는 분명하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해안에서 100㎞ 이내에 살고, 11%는 해발 10m 미만 저지대에 거주한다. 상승률이 두 배가 되면 방파제 설계 수명과 배수 용량, 지하 인프라의 침수 기준선이 함께 흔들린다. 연안 도시가 미뤄둔 설계 갱신의 시점이 그만큼 당겨진 것이다.
바다가 짊어진 부담은 열만이 아니다. 해마다 약 521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들어가고,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24조4000억개 규모로 추정된다. 이 입자들은 4000종 이상의 해양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과 플라스틱이 같은 생태계를 동시에 압박하는 상태다.

보고서는 일부 해양 생태계와 서식지가 임계점에 다가섰거나 이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서면 전 세계 산호초의 9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실렸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북극해는 21세기 중반 9월에 사실상 해빙이 사라진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여겨지던 남극해에서도 해빙 면적이 줄어드는 흐름이 관측된다.
원인이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열과 탄소라는 점이 뚜렷하다는 것은, 배출을 줄이면 상승 곡선의 기울기도 반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바다를 무한한 자원으로 여길 수 없다며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긴급한 국제 협력을 촉구했다. 보고서 역시 해양 거버넌스가 국가·지역·산업별로 쪼개져 있다는 점을 약한 고리로 짚었다.
협력의 틀 자체는 갖춰지는 중이다. 올해 발효된 공해상 조약을 포함해 현재 57개 국제해양보호 협약이 운영되고 있다. 그에 비해 바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전 세계 해저 지도화 완료 비율은 2025년 기준 27%대에 머문다.
연안 생태계 보전에 연간 4611억원을 낼 뜻이 있다는 지불의사 조사 결과도 나왔다. 조사 설계에 관한 상세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갯벌과 잘피밭을 지키는 비용을 지출로 보지 않고 자산 관리로 보는 시선이 있다는 신호로는 읽힌다. 방파제를 한 번 더 쌓는 것보다 습지를 되살리는 편이 파도의 힘을 더 오래 흡수한다는 사실은 연안 공학에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보고서는 86개국 과학자 600여명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해양 환경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5년간의 관측이 알려준 것은 바다가 인간의 배출에 정직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말하면, 줄인 만큼도 정직하게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