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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의료센터 늘려도 통합돌봄은 신뢰로 이어진다

배진경·입력 2026. 06. 16. 오후 6:29:00
재택의료센터를 늘려도 직역 간 신뢰가 없으면 체계는 멈춘다
한 사람의 집 앞에 서로 다른 세 직역이 모인다
한 사람의 집 앞에 서로 다른 세 직역이 모인다 / ⓒ 브레스저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에 일주일 사이 세 사람이 다녀간다. 혈압을 재는 사람, 신청서를 들고 오는 사람, 목욕을 돕는 사람. 세 사람은 서로 마주친 적이 없고, 같은 사람에 대해 각자 다른 기록을 남긴다. 정작 그 집에 사는 사람만이 세 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번 주에만 여러 소식이 겹쳤다. 재택의료센터를 늘리겠다는 계획이 나왔고, 공적돌봄의 성과를 정리하는 보고회가 열렸으며, 그 사이에서 직역 간 갈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예산과 기관 수를 말하는 문장과, 사람 사이가 껄끄럽다는 문장이 나란히 놓였다.

통합돌봄의 성패는 센터 수에만 달려 있지 않다. 의사가 사회복지사의 판정을 존중하고, 요양보호사가 본 변화를 의료진이 기록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없으면 체계는 서류 위에서만 작동한다.

반론은 분명하고 강하다. 신뢰 같은 말은 측정할 수 없고, 결국 예산과 인력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인프라 없이 마음만으로 굴러가는 돌봄은 누군가의 헌신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만 유지된다.

그럼에도 반대편 사례가 더 많다. 방문진료가 가능한 지역에서도 복지 담당자가 그 존재를 몰라 연계가 끊기고, 요양 현장의 관찰이 진료실에 닿지 못해 같은 검사가 반복된다. 자원이 모자라서 생긴 공백이 아니다. 있는 자원이 서로에게 보이지 않아 생긴 공백이다.

직역 갈등을 개인의 옹졸함으로 읽으면 답이 없다. 각 직역은 다른 법과 다른 평가 기준 아래에서 훈련받았고, 책임을 지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책임지는지가 흐릿한 채로 한 지붕 아래 모아 놓으면, 협력보다 방어가 앞선다.

그래서 회의 횟수를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한 사람에 대한 기록을 세 직역이 함께 보고 함께 고칠 수 있는 통로, 의견이 엇갈렸을 때 누구의 말이 우선하는지 미리 정해 둔 약속. 이런 것들은 예산안에 항목으로 잘 잡히지 않지만, 없으면 나머지 예산이 흩어진다.

재택의료센터가 몇 곳까지 늘어나느냐를 지켜볼 일은 아니다. 그 센터가 지역 복지·요양 인력과 같은 회의 테이블에 앉는 규칙을 갖고 출발하느냐를 봐야 한다. 그 규칙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고, 지금 설계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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