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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이 광화문 대로로 내려온다

김범수·입력 2026. 05. 29. 오후 6:06:00
6월 5일 국악의 날, 열흘간의 국악주간 전국 프로그램 윤곽
6월 5일 광화문 일대를 네 시간 동안 채울 1300명 규모의 길놀이
6월 5일 광화문 일대를 네 시간 동안 채울 1300명 규모의 길놀이 / ⓒ 브레스저널

국립국악원이 제2회 '국악의 날'인 6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국악주간을 연다. 무대는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와 서초동 국립국악원, 그리고 남원·진도·부산의 소속 국악원으로 흩어진다. 개막일인 6월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광화문 일대에서는 1300명 규모의 전통 연희 길놀이가 이어진다.

길놀이의 성격은 참여자 명단에서 드러난다. 전국 중·고교 풍물동아리 100여 명, 서울대·부산대를 비롯한 20여 개 대학 풍물패 250여 명, 국방부 군악대대 전통악대가 한 대열에 선다. 여기에 강릉·삼천포·평택 등 8대 농악 보존회를 포함한 각 지역 보존회 회원 500여 명이 합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네 시간 동안 대로에 깔리는 것은 꽹과리의 쇳소리와 북 가죽이 눌렸다 튀는 저음, 그리고 상모 끝 흰 종이가 공기를 가르는 마찰음이다. 프로그램에는 줄타기 공연자 남창동의 무대와 기접놀이, 고싸움, 탈춤, 풍물놀이가 들어간다. 어름사니라는 옛 이름으로도 불리는 남창동이 줄 위에 올라서면, 관객은 보도블록에 선 채로 고개를 젖혀 그를 올려다보게 된다.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는 6월 5일부터 사흘간 아리랑을 주제로 한 특별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첫날 대한민국 3대 아리랑 보존회, 이튿날 명인·명창, 마지막 날 국악밴드 '초동'과 '이로'가 차례로 선다. 백 년 전 나운규의 영화를 기념한다는 설명도 붙지만, 이 프로그램이 내건 축은 아리랑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겹쳐 보는 쪽에 가깝다.

거리로 나온 소리가 있다면, 실내로 물러나 정밀하게 다듬어진 소리도 있다.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6월 11~12일 종묘제례악과 사직제례악을 한 무대에 올리는 '종묘·사직 - 왕의 제단, 백성의 땅'이 공연되고, 전 국립국악원장 김영운이 해설을 맡는다. 우면당의 '산조'와 풍류사랑방의 체험형 공연 '관조Ⅱ - 나를 비추어 보다'는 6월 9일부터 사흘간 나란히 열린다.

지역의 일정은 서울보다 하루 이르게 시작한다. 전남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에서는 6월 4일부터 사흘간 진도씻김굿·동해안별신굿·제주큰굿을 모으는 '2026 굿음악 축제'가 열린다. 전북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은 중국 산둥성 경극원·잡기단을 초청해 한·중 전통예술 교류 공연을 마련했고, 부산에서는 남사당놀이 공연과 기획 전시 '풍류의 정원'이 준비된 것으로 전해진다.

상모돌리기 챌린지, 과자로 국악기 만들기 같은 체험 부스가 광장 한쪽에 늘어선다. 제례악의 엄정함과 광장의 소란을 같은 주간 안에 묶는 일에는 긴장이 따른다. 보존회가 지켜온 가락을 대로 위 행진에 얹는 순간 그 형식은 조금씩 마모되지만, 마모되지 않은 채 유리장 안에 남는 소리는 결국 아무도 부르지 않게 된다.

관람 요금과 예매 방법은 확정 고지 전이다. 국립국악원은 황성운 원장 직무대리 체제로 이번 주간을 치른다. 6월 5일 오전 열 시, 광화문 대로의 아스팔트는 수백 개의 짚신과 운동화가 동시에 내딛는 진동을 받아낼 것이다. 그 진동이 지나간 뒤 남는 소리를 확인하려면, 그날 그 대열 옆에 서 있어야 한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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