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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성 위에서 다시 치르는 하루, 제38회 고양행주문화제

루츠·입력 2026. 05. 20. 오후 5:55:00
6월 13일 행주산성 일원, 역사 재현과 체험·휴식을 하루에
제38회 고양행주문화제가 열리는 행주산성 일원
제38회 고양행주문화제가 열리는 행주산성 일원 / ⓒ 브레스저널

제38회 고양행주문화제가 6월 13일 경기 고양 행주산성 일원에서 열린다. 행주대첩을 되짚는 역사 재현과, 손으로 해보고 앉아 쉬는 체험·휴식 프로그램이 하루 안에 나란히 놓인다. 축제의 무대는 전시장이 따로 있지 않고, 1593년의 싸움이 실제로 벌어졌던 그 산 자체다.

볼거리의 한 축은 재현이다. 승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오래 붙들어 온 형식으로, 그날의 장면을 사람들이 몸으로 다시 밟아 보는 순서다. 다른 한 축은 체험과 휴식이어서, 걷다가 앉고 만져 보다가 다시 걷는 하루를 염두에 둔 편성이다. 종목별 시간표는 공개 전이다.

행주산성의 성벽은 돌보다 흙에 가깝다. 여름 초입의 능선은 풀이 무릎까지 자라 있고, 발을 디디면 마른 흙이 부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강바람이 올라오는 정상에서는 한강 물빛이 회색과 초록 사이를 오간다. 축제가 벌어지는 곳의 감촉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서른여덟 번째라는 회차는 한 세대가 넘도록 같은 날을 지켜 왔다는 뜻이다. 그사이 이 행사는 승전 기념이라는 이름 하나로만 설명되기 어려워졌다. 지역 주민이 해마다 같은 산에 올라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동안, 기억은 국가의 것에서 동네의 것으로 조금씩 옮겨 왔다.

축제의 동선은 유적 능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축제의 동선은 유적 능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 ⓒ 브레스저널

유적을 무대로 쓰는 일에는 늘 조심스러운 부분이 남는다. 흙으로 쌓은 성은 사람이 많이 밟으면 무너지고, 한번 무너진 능선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을 들이지 않으면 유적은 지켜지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언덕이 된다. 축제는 그 둘 사이에서 매년 다시 저울질된다.

덕양산은 높지 않지만 정상까지는 오르막이다. 흙길과 계단이 섞여 있어 굽 낮은 신발이 편하고, 그늘이 고르지 않아 모자와 물을 챙기는 편이 낫다. 요금과 예약 방식은 확정 공지를 따르면 된다.

6월 13일 하루, 강을 등진 흙성 위에서 재현과 휴식이 같은 시간에 벌어진다. 431년 전의 싸움터를 걸어서 오르고, 능선에 앉아 강을 보다가 내려오는 일정이면 충분하다. 기억을 지키는 방법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그곳까지 직접 걸어가 보는 일이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6월 13일(토)
장소: 행주산성 일원(경기 고양)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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