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간 출력을 절반 아래로 묶어 두었던 낡은 발전기들이 다시 최대로 돌아간다. 일본 정부가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의 가동 제한을 2026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원유와 LNG 조달 여건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 배경이다. 탈탄소를 향해 가던 시계가 잠시 멈춰 선 순간이다.
일본은 그간 비효율 석탄화력의 가동률을 원칙적으로 50% 이하로 묶고 설비 교체와 폐쇄를 유도해 왔다. 이번 조치는 그 원칙을 기간을 정해 유예하는 성격이다. 규제 해제 대상은 전체 석탄화력의 약 20% 수준으로 파악된다. 경제산업성 자문위원회를 거쳐 세부안이 정리될 예정이며, 가동 상한을 어디까지 풀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수치로 보면 계산은 단순하다. 노후 설비를 최대 출력으로 돌릴 경우 연간 약 53만 톤의 LNG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르무즈를 거쳐 들어오는 일본 LNG 물량 약 400만 톤의 13%에 해당하는 양이다. 발전량의 약 70%를 화력에 기대는 나라에서, 해협 하나가 막히면 곧바로 전력 공급 계획이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료를 어디서 사 오느냐도 이 선택을 설명해 준다. 일본의 석탄 수입은 호주가 74.8%, 인도네시아가 12.8%, 캐나다가 4.1%를 차지한다. 중동을 거치지 않는 항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국가 석유 비축분 방출에 이어 석탄 가동 확대를 결정했는데, 두 조치 모두 당장의 공급 공백을 메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서 손쉬운 결론으로 건너뛰기 쉽다. 위기가 오면 결국 화석연료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드러낸 것은 정확히 반대편의 사실에 가깝다. 특정 해협 하나에 연료 공급을 걸어 둔 나라일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했고, 그 취약함을 메우려다 배출을 늘리게 됐다.
다른 지역의 대응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3월 13일 아세안 경제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역내 에너지 안보와 회복력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3월 16일 회원국에 서한을 보냈다. 태양광과 풍력, 저장장치는 수입 항로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감축 수단이면서 동시에 안보 자산이다.
전쟁 자체가 배출을 늘린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개전 후 2주 동안 발생한 온실가스가 505만 톤으로 집계됐다는 추산이 나와 있다. 산정 방법이 공개되기 전이라 폭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갈등의 비용이 인명과 유가에만 매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일본에 주어진 유예 기간은 1년이다. 그 열두 달을 화석연료 의존을 되돌리는 시간으로 쓸지, 재생에너지 기반을 두텁게 쌓는 시간으로 쓸지에 따라 이번 조치의 성격이 갈린다. 우리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집이나 사무실의 전력 요금 고지서에서 사용량 추이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것, 냉난방 설정을 1도 조정하는 것부터가 해협 너머의 불확실성에 덜 흔들리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