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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S 20년, 경매로 갈아탈 시간이 왔다

플래닛·입력 2026. 03. 16. 오후 12:29:00
100GW 목표를 놓고 보급제도 개편 논의가 한꺼번에 열렸다
보급 의무에서 계약과 입찰로, 재생에너지 제도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
보급 의무에서 계약과 입찰로, 재생에너지 제도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 / ⓒ 브레스저널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국제유가가 3월 10일 80달러로 내려앉았다. 값이 떨어졌다고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한국이 2024년 한 해 석유와 가스를 들여오는 데 쓴 돈은 160조원이었고, 원유의 70%가량은 중동에서 들어온다. 그 원유의 70%, LNG의 18%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물길을 지나온다는 사실도 그대로다.

정부가 비축해 둔 석유는 208일분이다. 국내 에너지 자립도가 15% 안팎, 수입 의존도가 90% 수준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208일은 완충재일 뿐 해법은 되지 못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 5일 중동 정세를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에 가속을 붙여야 한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 연간 전력 소비는 600TWh 안팎이고,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채운 몫은 2025년 기준 10% 정도였다. 설비로 보면 태양광 32GW, 풍력 2GW를 합쳐 34GW 남짓이다. 정부가 내건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목표는 100GW. 4년 남짓한 기간에 지금까지 쌓은 것의 두 배를 더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목표를 떠받쳐 온 제도가 RPS다.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가진 발전사에 생산 전력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의무를 지우는 방식으로, 2026년 의무비율은 15%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00GW에 닿으려면 이 틀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RPS를 정부가 물량과 가격을 주도하는 경매제도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회에서도 손질이 시작됐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1월 대표발의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그것으로, 민간 발전사에 '목표관리대상자'라는 별도 지위를 부여하고 보급 의무자의 의무를 풀어줄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새로 담았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짓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의무를 대신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민간 발전사가 RPS 의무 공급량에서 맡고 있는 몫은 2026년 기준 24.2%다.

평가는 갈린다. 기후환경 싱크탱크 플랜1.5는 3월 11일 낸 'RPS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현행 개정안으로는 100GW에 이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의무를 덜어내는 설계와 물량을 늘리는 목표가 같은 법안 안에 함께 들어 있으니, 어느 쪽에 힘이 실리는지가 개편의 성패를 가른다.

기업 쪽 사정은 또 다르다.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이 3월 10일 연 '2026 재생에너지 시장전망 웨비나'에는 100명가량이 모였다. 재단이 수요·공급기업 192개사에 물은 결과, 자발적 거래시장을 가로막는 최대 요인으로 수요기업의 56.4%가 비싼 PPA 계약가격을 들었다. 2025년 태양광 PPA 가격을 175~180원/kWh로 체감한 곳이 44.9%, 180~185원/kWh로 본 곳이 26.5%였다.

같은 조사에서 수요기업 52.1%, 공급기업 49.0%가 가장 급한 정책 과제로 자발적 거래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를 1순위에 올렸다. 값을 낮추는 손잡이가 제도 쪽에 있다는 이야기다. 경매제도가 물량과 낙찰가를 정부가 쥐는 방식인 만큼, 그 설계가 기업 구매가격에 어떻게 닿을지가 관건이 된다. 세부 설계는 확정 전이다.

참고로 2030년 발전비중 목표 21.6%는 일본 22%, 미국 23%, 중국 30%와 견주면 낮은 편에 속한다. 뒤처졌다는 성적표로 읽기보다, 설계도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쓸모 있다. 법안은 심사 중이고, 경매제도의 뼈대는 그려지는 중이다.

전력을 쓰는 기업이라면 재단 웨비나 같은 업계 논의에 의견을 보탤 수 있고, 개인이라면 국회 입법예고 페이지에서 이 개정안에 직접 의견을 남길 수 있다. 법안 심사가 끝나고 경매 설계가 고시로 굳어진 뒤에는 바꿀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160조원과 208일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일은, 지금 열려 있는 이 문 안에서 정해진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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