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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4만 원에서 1만 원대로, K-GX가 풀어야 할 첫 매듭

플래닛·입력 2026. 02. 28. 오후 3:56:00
6월 세부 전략 공개 앞두고 탄소가격 신호 설계가 시험대에
탄소가격이 출렁이면 감축 투자 결정도 함께 흔들린다
탄소가격이 출렁이면 감축 투자 결정도 함께 흔들린다 / ⓒ 브레스저널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할 권리의 국내 가격은 2019년 4만 원 안팎이었다. 그 가격이 근래 1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학계가 추정하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은 톤당 190달러 수준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준비하는 한국형 녹색전환, 이른바 K-GX의 세부 전략이 6월 공개를 목표로 다듬어지는 지금,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전략 전체의 설득력을 좌우하게 됐다.

K-GX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종합 전략이다. 2035년 감축목표는 지난해 11월 수립됐고, 이를 연도별·부문별 로드맵과 지원책으로 옮기는 작업이 K-GX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혁신, 주력산업의 공정 전환, 전기차·수소차 보급, 열에너지 탈탄소화까지 에너지와 산업, 수송, 건물을 두루 포괄한다. 발표 시점을 상반기 중으로 잡은 설명도 함께 나와 있어, 세부 일정은 확정 전 단계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넷제로 인텔리전스 국제포럼'은 그 설계 원칙을 미리 짚는 논의장이었다.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GX 추진 현황, 배출권거래제(ETS) 안정화,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신뢰 제고, 전환금융 조달과 거버넌스 설계가 차례로 다뤄졌다. 주제는 녹색 대전환을 위한 기술과 시장의 도전, 그리고 혁신이었다.

개회 발언에 나선 엄지용 KAIST 교수는 K-GX를 기후정책의 범주로만 묶는 시각을 경계했다. 산업전략이자 국가경쟁력 재설계 프로젝트로 봐야 하며, 그렇기에 증거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RE100과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저탄소 제품인지, 청정에너지를 썼는지가 거래 성사의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다.

기조강연을 맡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조지프 알디 교수는 녹색대전환을 굴리는 세 축으로 탄소가격제와 VCM, 녹색산업정책을 꼽았다. 그는 한국 ETS가 발전과 산업을 비롯한 주요 부문, 나아가 경제 전체 배출의 상당 부분을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는 탄소가격이 오르내리는 폭 자체를 지목했다.

알디 교수의 처방은 총량 목표와 가격 관리를 분리해 생각하자는 쪽이었다. 배출권 공급을 조정하되 규칙에 따라 예측 가능하게 하고, 최저가격 같은 장치를 제도 안에 넣어두라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가 그때그때 재량으로 개입하는 폭이 넓어지면 시장의 신뢰가 깎인다고 짚었다. 이런 가격 관련 제도 개편이 K-GX에 담길지는 세부안이 나와야 확인된다.

정부 쪽 준비도 진행 중이다. 김병훈 K-GX 부단장은 규제와 지원을 따로 떼지 않고 일체형으로 굴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과장 염정섭)는 다배출 업종의 감축을 뒷받침할 법률 제정을 준비하는 한편, 어떤 경제활동이 얼마나 녹색인지 가려내는 분류체계를 만들어 운영하는 일도 맡고 있다. 여기에 녹색·전환금융 제도 지원, 기업의 ESG·기후공시 준비 지원, 지자체 탄소중립 도시 조성 지원이 함께 놓인다.

지원의 문법도 바뀐다. 녹색분류체계에 들어맞는지에 따라 금융 지원 조건을 달리하고, 감축 성과에 따라 연구개발과 생산, 구매 단계의 지원 폭을 차등하는 체계가 준비되고 있다. 성패를 가를 변수로는 실행 조직의 독립성과 예산 안정성, 그리고 시장 설계가 함께 거론된다. 초기 수요를 정부가 열어줘야 민간 자본이 뒤따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이 지금 손댈 수 있는 곳은 분류체계다. 자사 설비 교체와 공정 개선 계획이 녹색분류체계의 어느 칸에 들어가는지 미리 맞춰보면, 6월에 지원 조건이 공개됐을 때 서류를 처음부터 새로 쓰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배출권 가격이 4만 원에서 1만 원대까지 내려온 4년 남짓의 기간을 거치며, 감축 투자를 미룬 쪽이 손해 보지 않았다는 학습이 시장에 쌓였다. 그 학습을 뒤집는 규칙을 만들 수 있느냐를 6월 문서에서 확인해야 한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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