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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값 27% 하락, 100원 시대 앞당길까

플래닛·입력 2026. 02. 22. 오전 11:04:00
기술 단가 하락과 CfD 제도 설계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발전과 저장, 전달이 하나의 원가로 묶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발전과 저장, 전달이 하나의 원가로 묶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 ⓒ 브레스저널

MWh당 78달러. 지난해 독립형 배터리 사업의 균등화발전비용이 이 지점까지 내려왔다. 1년 전 107달러였으니 27%가 깎인 것이다. 셀 가격이 떨어졌고, 설계가 다듬어졌고, 업계 경쟁이 거세진 결과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 숫자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재생에너지의 오랜 약점으로 지목돼 온 것이 '해가 지면 멈춘다'는 간헐성이었고, 그 해법인 저장장치가 늘 비쌌기 때문이다. 저장이 싸지면 재생에너지는 발전원 하나가 아니라 24시간 공급 가능한 묶음 상품이 된다. 비용 짜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 대목이다.

태양광 발전비용에 저장비용을 얹은 결합 모델은 최대 MWh당 110달러 수준으로 계산됐다. 국내 가스발전은 국제기구 추산으로 90달러 안팎, 국제 가스값이 뛰면 120달러까지 올라간다. 두 통계가 겹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배터리 비용이 2035년 58달러까지 더 내려간다는 전망까지 놓고 보면, 격차의 방향은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다만 단가를 낮추는 일은 기술만으로 되지 않는다. 국내 사정을 보면 한국전력이 사들이는 전력의 평균 단가는 태양광이 kWh당 200원대, 해상풍력이 400원대다. 원전 구입 단가 66.4원과 비교하면 몇 배 차이가 난다. 설비를 늘리는 것과 값을 낮추는 것은 별개의 과제라는 얘기다.

제도 쪽에서 움직임이 나온 것이 이 지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회는 2012년 도입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를 걷어내고, 발전 공기업 등에 설비 용량 의무를 지우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밀고 있다. 이 제도는 500MW 이상 대형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으로 채우도록 요구해 왔다.

지난달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폐지 법안을 냈고, 지난해 2월에는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 주도 입찰 시장으로 갈아타는 안을 발의했다. 소관 부처가 대체 방안을 들여다본 것은 2024년부터다.

그 자리를 채울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차액계약, CfD다. 정부가 경매로 계약 가격을 정해 두고 시장 가격이 그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을 메워주는 방식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예측 가능해지므로 금융 조달 비용이 내려가고, 그만큼 입찰 가격을 낮춰 부를 여지가 생긴다.

비용 하락과 제도 설계가 맞물릴 때 단가가 내려간다
비용 하락과 제도 설계가 맞물릴 때 단가가 내려간다 / ⓒ 브레스저널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는 점차 시장에서 밀려날 것으로 파악된다. 적용 범위와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목표는 이미 나와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올해를 에너지대전환의 성과가 나오는 첫 해로 삼겠다며 임기 안에 재생에너지 100GW 보급과 발전단가 kWh당 100원을 이루겠다고 했다. 정부가 잡은 2030년 설비 용량 목표도 같은 100GW다. 100원은 지금 재생에너지 단가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거리는 멀다. 국내 누적 설비는 약 34GW다. 이 목표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잡아둔 것보다 22GW 위에 있고, 도달하려면 해마다 13.2GW 넘게 새로 지어야 한다는 계산이 따라붙는다.

짓는 것보다 어려운 건 연결하는 일이다. 송전선 하나를 세우는 데 평균 9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정부가 함께 꺼낸 것이 분산형 전력 체계 확대와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 건설이다. 호남에서 남는 전기를 영남으로 보내지 못해 생기는 불균형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발전 수익을 마을 주민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햇빛소득마을을 5년간 매년 500곳씩 만들겠다는 계획도 이 흐름에 놓인다. 주민이 반대할 이유를 줄이는 것 역시 결국 비용을 낮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제도가 각자의 속도로 같은 쪽을 향하는 국면은 자주 오지 않는다. 배터리 값은 계속 내려가고 있고, 경매 설계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남은 변수는 전력망과 수용성이라는, 콘크리트와 사람의 영역이다.

우리 동네에 들어온다는 태양광 설명회 안내문을 다음에 보게 된다면, 그 위치에 한 번 앉아보시길 권한다. 100원짜리 전기의 값은 그런 지점에서 조금씩 깎인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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