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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법, 수소와 갈라서다

플래닛·입력 2026. 02. 13. 오전 11:54:00
법 제명에서 '신에너지'가 빠지고 통계 기준이 새로 잡힌다
한 법률에 묶여 있던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가 각자의 법으로 갈라졌다
한 법률에 묶여 있던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가 각자의 법으로 갈라졌다 / ⓒ 브레스저널

법률 이름에서 세 글자가 사라졌다. 국회는 2월 12일 본회의에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가결했고, 이로써 이 법의 제명은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된다. 수소와 연료전지,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관련 규정은 이 법에서 빠져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로 옮겨간다. 1980년대부터 한 울타리에 묶여 있던 두 에너지 계열이 각자의 법을 갖게 된 것이다.

이름만 바뀐 개정이 아니다. 그동안 신에너지 설비도 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받았고, 그렇게 발급된 물량이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에 함께 잡혔다. 화석연료에서 뽑아낸 수소나 석탄을 가스로 바꿔 태우는 발전이 태양광·풍력과 같은 칸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국제 비교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실제보다 후하게 읽혔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개정 이후 정부 통계와 보고서는 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만 다루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분류 항목은 8종류로 좁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비추기 시작하면 당장의 숫자는 지금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목표를 세우고 예산을 배분하는 모든 작업이 정확한 출발점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수소 쪽도 정리됐다. 개정 수소법에는 수소에너지의 정의와 연료전지를 포함한 수소에너지 설비의 정의가 새로 들어갔고, 기존 법에 있던 지원 규정이 옮겨왔다. 국·공유재산 수의계약 특례와 임대료 감면 같은 혜택도 수소에너지 사업자를 대상으로 다시 규정됐다. 두 법에 같은 지원이 겹쳐 있던 부분은 덜어냈다.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던 이격거리 기준이 국가 기준으로 통일된다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던 이격거리 기준이 국가 기준으로 통일된다 / ⓒ 브레스저널

같은 개정안에는 재생에너지 설비 이격거리 조항도 담겼다. 그동안 이 기준은 지자체 조례가 각각 정했고, 개정 전 기준으로 100미터에서 1,000미터까지 열 배 차이가 났다. 앞으로는 국가가 일관된 기준과 예외를 정하며, 이격거리 규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문화재보호구역이나 생태경관보전지역처럼 보호 필요가 뚜렷한 곳에서만 예외가 인정된다.

주거지역과 도로 인근에는 상한선 안에서만 규제가 가능하고, 주민참여 발전설비는 아예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어느 시군에 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히는 셈이 될지는 하위법령에 달렸다. 정부는 법 공포 이후 시행령·시행규칙을 손보면서 국가 기준의 세부 내용과 예외 적용 범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상한선이 몇 미터로 정해질지는 그 단계에서 결정된다.

업계도 환영 입장을 냈다. 한국재생에너지단체총연합회(회장 권영호)는 분리입법 통과 당일 논평을 내고 남은 과제를 함께 짚었다. 목표치를 더 높이고, 인허가 문턱을 낮추며, 전력망에 붙지 못해 발전기를 세워두는 계통 접속 문제를 풀고, 사업자가 미리 계산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규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우식 사무총장은 법안 발의와 심사에 참여한 의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제도가 바뀐다고 발전소가 저절로 서지는 않는다. 이격거리 조례가 실제로 정비되고, 새 통계 기준이 첫 보고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가장 확실한 참여 경로는 주민참여 발전설비 쪽에 열려 있다. 이번 개정으로 이격거리 규제에서 빠진 유일한 유형인 만큼, 사는 지역의 에너지 협동조합이나 주민참여형 사업 공고를 한 번 찾아보는 것이 다음 단계로 가는 가장 가까운 문이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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