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톤의 청동 덩어리가 다시 소리를 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성덕대왕신종의 음원과 문양이 방탄소년단 정규 5집 'ARIRANG'의 수록곡과 협업 상품에 쓰였다고 밝혔다. 박물관이 공공누리 저작물로 공개해 둔 고화질 종소리 음원은 수록곡 'No.29'에 실제로 실렸다. 같은 주에 국가유산청은 지난 25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공식 엠블럼을 내놓았고, 그 도안의 바탕은 종묘 정전의 기와지붕 형태와 색채였다.
성덕대왕신종은 771년 통일신라에서 주조된 범종이다. 높이는 3.6미터 안팎으로 적히는데 표기에 따라 3.66미터로도 기록된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됐고, 봉덕사에 봉안돼 봉덕사종으로, 설화를 따라 에밀레종으로도 불려 왔다. 종신에는 1000여 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종의 특징은 소리가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강약이 번갈아 밀려왔다 물러나며 길게 이어지는 맥놀이. 협업 음원은 그 특성을 그대로 안고 갔다. 천 년 이상 묵은 청동의 떨림이 2026년의 대중음악 트랙 안에서 한 겹의 층으로 놓인 이야기다.
협업은 하루아침에 성사되지 않았다. 2025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하이브가 한국 문화유산과 K-컬처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고, 그 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상설전시관 3층 감각전시실의 신종 울림을 직접 들려줬다. 문화재단과 하이브는 신종의 공양자상과 구름 문양을 가져와 숄더백·레이어드 스커트·카드홀더·헤어핀·헤어클립 5종으로 꾸린 '2026 BTS X MU:DS Collaboration Merch.'를 내놓았다. 판매처와 가격은 공표 전이다.
엠블럼 쪽 사정도 비슷한 결이다.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2026년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며, 한국이 이 회의를 여는 것은 198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파악된다. 엠블럼이 담은 뜻은 연결과 평화, 협력 세 가지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신 국가 사당이며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나란히 세계유산에 올랐다.

기와의 검은 회색과 처마의 긴 수평선을 도안으로 옮기는 일은 건축을 그림으로 축약하는 작업이다. 국가유산청은 이 엠블럼으로 홍보영상을 만들어 배포하고, 민간과 함께 콘텐츠를 개발하며, 기념품을 만들고, 부처와 지자체·공공기관에 나눠 쓰게 할 계획이다. 상징이 도시 곳곳에 붙는 동안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의 재개발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긴장이 생긴다. 유산을 널리 쓰이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과, 그 유산이 실제로 서 있는 땅과 하늘을 지키는 일은 같은 속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전의 지붕선이 국제회의의 얼굴이 되는 동시에 그 지붕이 바라보는 맞은편에서는 높이와 개발을 둘러싼 다툼이 계속된다. 활용의 성과가 보존의 부담을 대신 갚아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한 주가 보여 준 것은 분명하다. 박물관이 문을 열어 둔 공공 음원 하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생되는 음반의 재료가 됐고, 조선 왕실 사당의 기와가 국제 회의체의 상징으로 옮겨 갔다. 유산이 유리장 안에만 머물 이유는 없어졌다. 옮겨 쓰는 쪽이 원본을 어떻게 대접하는지는 그때그때 다시 확인해야 한다.
직접 겪어 보는 길은 열려 있다. 성덕대왕신종은 국립경주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서 있고, 같은 관의 디지털영상관에서는 원음을 들을 수 있다. 서울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에서 소리와 함께 몸에 닿는 진동까지 만져진다. 7월 부산에서 회의가 열리기 전에 종을 직접 마주해 두면, 엠블럼을 백 번 들여다보는 것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