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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세계 3위로 올라선 650만의 시간

루츠·입력 2026. 04. 01. 오전 7:05:00
루브르·바티칸 다음의 관람객, 순위표가 담지 못한 20년의 변화
650만 명이 지나간 국립중앙박물관의 하루
650만 명이 지나간 국립중앙박물관의 하루 / ⓒ 브레스저널

국립중앙박물관이 2025년 한 해 650만7483명을 맞으며 세계 박물관 관람객 3위에 올랐다. 영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페이퍼가 3월 31일(현지시간) 내놓은 '2025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조사' 결과다. 앞선 곳은 루브르박물관 904만6000명과 바티칸박물관 693만3822명 둘뿐이다. 영국박물관 644만120명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598만4091명이 뒤를 이었다.

직전 조사에서 이곳은 8위였다. 2024년 380만 명에서 한 해 만에 650만 명으로 늘었으니, 증가폭은 70%를 넘는다. 아트뉴스페이퍼는 '가장 눈부신 증가세는 한국에서 나타났다'고 적었고, 늘어난 사람 수 자체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순위표는 한 해를 자른 단면이다. 서울 용산의 그 건물을 걸어본 사람은 다른 것을 떠올릴 것이다. 화강암 바닥에 신발 밑창이 닿는 마른 소리, 열린 회랑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반가사유상 두 점만 놓인 어두운 방의 낮은 온도 같은 것들. 유물 앞에서 몇 초 머물다 다음 진열장으로 옮겨가는 관람 대신, 한 공간에 오래 앉아 있게 만드는 설계가 지난 몇 해 사이 정착했다.

'사유의 방'과 '외규장각 의궤실'처럼 주제 하나에 집중한 상설전시 개편, 디지털실감영상관,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가 그런 시도의 결과물이다. '2025 국중박 분장놀이'나 '박물관 문화향연' 같은 청년 참여형 행사도 이어졌다. 박물관을 잠시 둘러보는 관람 시설에서 하루를 보내는 장소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전 성적도 뒤따랐다. '우리들의 이순신'에 40만7045명,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에 23만893명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된다. 국외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순회전이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재단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려 약 8만 명을 모았다.

수도권 밖도 함께 움직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정상회의에 맞춰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열었고 연간 197만6313명으로 39위에 올랐다. 국립부여박물관은 95만862명으로 78위, 국립공주박물관은 86만8555명으로 89위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11만2210명으로 35위, 전년 대비 28% 늘었다. 진주·청주·익산의 국립박물관들도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이 조사 기관의 설명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K컬처가 퍼지는 가운데 한국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을 향한 관심이 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밝혔다. 그 관심을 붙잡아둔 것이 2008년부터 이어진 무료 관람이었다는 점도 짚어둘 만하다. 표를 사지 않고 들어와 한두 시간 앉았다 나오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박물관은 하루를 통째로 들여야 하는 목적지에서 오가는 길에 들르는 경유지가 됐다.

그 조건이 바뀔 참이다. 정부는 3월 30일 '2027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국립시설 이용료 현실화를 밝히며 국립중앙박물관 유료 전환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무료화 19년 만의 선회다.

요금 수준과 시행 시점, 감면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다. 보존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이용자가 나눠 지는 원칙과, 문턱이 없어서 만들어진 650만이라는 결과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다룰지가 남았다.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2026년 1분기 관람객은 202만38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9만8094명보다 44.8% 많다. 2월 12일 '대동여지도를 펼치다'가 개막했고 2월 26일에는 서화실이 다시 문을 열었다.

6월에는 태국 미술전, 7월에는 '우리들의 밥상', 11월에는 스위스 취리히 미술관 소장품전, 12월에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룬 전시가 예정돼 있다. 표를 끊어야 할지도 모르는 시간이 오기 전, 용산의 긴 회랑을 값 없이 걷는 봄이 지금 지나가는 중이다. 반가사유상 앞 벤치는 여전히 비어 있는 시간대가 있다. 평일 이른 오후, 사람이 빠진 그 방의 공기는 한 번쯤 겪어볼 만하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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