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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나무 껍질이 종이가 되는 하루, 괴산 한지장 공개행사

루츠·입력 2026. 03. 29. 오전 9:26:00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안치용 보유자가 전 공정을 열어 보인다
나무껍질이 종이로 바뀌는 계절, 충북 괴산
나무껍질이 종이로 바뀌는 계절, 충북 괴산 / ⓒ 브레스저널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보유자 안치용의 공개행사가 충청북도 괴산에서 열린다. 닥나무를 손질하는 데서 시작해 한 장의 종이가 마르기까지, 그 사이의 모든 공정을 관람객이 곁에서 지켜보고 손으로 따라 해 볼 수 있다. 벚나무 아래를 걷는 봄 행사가 줄지어 서는 계절에, 나무껍질과 물과 사람 손만으로 채워지는 하루다.

한지는 벤 닥나무를 쪄서 껍질을 벗기는 데서 출발한다. 검은 겉껍질을 긁어내면 젖은 속껍질이 희게 드러나고, 잿물에 삶는 동안 마당에는 나무 삶는 김과 재 냄새가 낮게 깔린다. 삶긴 껍질을 방망이로 두드리는 소리는 둔탁하고 규칙적이어서, 멀리서도 작업장이 어디쯤인지 짐작하게 한다.

두드려 풀어진 섬유는 닥풀을 섞은 물속에서 고르게 흩어진다. 발을 쥔 손이 물을 앞뒤로, 다시 좌우로 흔들어 섬유를 겹겹이 앉히면 그제야 종이의 형태가 잡힌다. 젖은 종이를 한 장씩 떼어 말리고 두드려 표면을 잠재우는 마무리까지가 한 벌의 공정이다.

공개행사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자기 기량을 일반에 공개하는 행사다. 유리 진열장 대신 실제 작업하는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관람객은 물이 튀는 거리에서 공정을 본다. 손으로 뜬 종이가 어떤 노동을 거쳐 나오는지 몸으로 알게 되는 흔치 않은 기회다.

물을 흔드는 손놀림에서 종이의 두께가 결정된다
물을 흔드는 손놀림에서 종이의 두께가 결정된다 / ⓒ 브레스저널

한지는 문화유산 보수와 기록물 복원에 쓰이는 재료이면서, 값싼 기계 종이와 같은 매대에 놓이는 상품이기도 하다. 전승이 이어지려면 만드는 사람이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종이가 팔려야 한다. 체험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사정도 여기에 닿아 있다. 손끝의 기술을 관광 상품으로 소비하는 일과 그 기술을 남기는 일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일시와 요금, 예약 방법은 확정되는 대로 안내된다. 괴산은 청주와 충주 사이 산자락에 들어앉은 군이라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접근이 수월한 편이고, 작업장 마당은 물을 다루는 곳이니 젖어도 괜찮은 신발이 낫다.

봄 행사표가 꽃 이름으로 빼곡한 계절에, 괴산의 마당에서는 나무 삶는 김이 오른다. 흰 종이 한 장의 얇은 두께 안에는 사람의 손이 여러 번 지나간 흔적이 겹쳐 있다. 그 흔적을 눈으로 확인하려면 결국 괴산까지 가 보는 수밖에 없다.

행사 정보
행사: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공개행사
보유자: 안치용
장소: 충청북도 괴산
내용: 닥나무 손질부터 종이 건조까지 전 과정 시연 및 관람객 체험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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