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4월에 유채꽃 슬로걷기 축제가 열린다. 섬의 비탈밭이 노랗게 물드는 시기에 맞춰, 걷는 것 자체를 프로그램으로 삼는 행사다. 여기에 바다를 이용한 해양치유 프로그램이 더해져, 섬 전체가 쉬어가는 공간으로 성격을 바꾼다.
청산도의 길은 빠르게 걸으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돌담이 굽고 비탈이 이어지고, 발밑에는 잘게 부서진 돌조각이 밟힌다. 걷다 보면 유채의 매캐하고 달큼한 냄새와 갯바람의 짠 기운이 번갈아 코끝에 닿는다.
축제 기간 동안 방문객은 이 길을 정해진 속력 없이 걷는다. 구간마다 멈춰 서서 바다를 보는 것도 프로그램의 일부로 여겨진다.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바닷물과 갯벌, 해풍처럼 섬이 원래 갖고 있던 것을 활용해 몸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청산도는 슬로시티라는 이름을 오래 지켜온 섬이다. 그 이름은 관광 문구로 붙은 것이 아니다. 돌담과 비탈밭과 구들장논처럼 섬사람이 오래 다듬어온 생활의 결에서 나왔다.
이곳의 느림은 취향으로 고른 것이 아니다. 가파른 지형이 그렇게 살도록 만들었다.
축제가 커질수록 이 조건은 흔들린다. 사람이 많이 오면 길은 넓어지고, 넓어진 길에서는 느리게 걸을 이유가 사라진다. 해양치유를 얹는 선택도 같은 긴장 위에 있다. 섬의 바다를 자원으로 쓰는 일과 섬의 바다를 그대로 두는 일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기울지 않는 운영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축제를 보는 눈은 두 겹이어야 한다. 노란 꽃밭은 봄 한철의 풍경이지만, 그 꽃을 떠받치는 돌담은 몇 세대에 걸쳐 쌓인 것이다. 방문객의 걸음이 돌담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머무는가는 축제가 해마다 답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세부 일정과 프로그램 구성은 완도군과 축제 운영 측이 확정하는 대로 알려진다. 요금과 예약 방식, 배편 운항 정보도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청산도는 배를 타야 닿는 섬이므로, 방문을 계획한다면 물때와 배편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낫다.
4월의 유채는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진다. 꽃이 지고 나면 비탈밭은 다시 초록으로 덮이고, 돌담만 그대로 남는다. 노란빛이 가장 짙은 며칠을 보고 싶다면, 4월 중순 무렵의 청산도행 배편을 미리 알아두면 된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4월
장소: 전남 완도군 청산도
주요 프로그램: 유채꽃 슬로걷기, 해양치유 프로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