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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 스물네 번째 국가무형유산이 되다

루츠·입력 2026. 03. 26. 오후 3:39:00
보유자도 전승 조직도 없는 공동체 지식, 지정은 보존의 시작일 뿐이다
물때를 아는 몸은 시계를 확인하지 않는다
물때를 아는 몸은 시계를 확인하지 않는다 / ⓒ 브레스저널

물이 빠지는 갯벌에는 소리가 있다. 뻘이 드러나며 게 구멍에서 공기가 새고, 나일론 그물이 마르면서 뻣뻣해지는 소리가 섞인다. 회갈색 바닥에서 올라오는 짠 냄새를 맡으며, 어민은 손목시계를 보지 않고도 오늘 물이 어디까지 나갈지 안다. 그 몸의 달력이 스물네 번째 국가무형유산이 되었다.

지정은 축하로 끝날 일이 아니고 거기서 시작되는 일이다. 물때에는 인정받은 보유자가 없고, 기술을 물려주는 전승 단체도 없다. 국가가 이름을 붙인 것은 한 사람의 손기술이 아니고 여러 마을이 나눠 가진 공동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바다의 오르내림이 표로 인쇄된 지는 오래다. 그럼에도 어느 물때에 어느 골로 그물을 넣는지, 사리 무렵 물살이 어느 쪽으로 휘는지는 종이에 담기지 않는다. 그것은 수십 년 동안 발이 젖으며 쌓인 기억이고, 배 위에서 옆 사람에게 말없이 건네지는 종류의 앎이다.

보유자를 두지 않는 방식이 오히려 옳다는 반론이 있다. 한 사람에게 권위를 몰아주면 나머지 어민의 앎은 등급이 낮은 것으로 밀려난다. 공동체 종목 지정은 그 위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이고, 취지는 정당하다. 그러나 주인이 모두일 때 책임도 함께 흩어진다.

주인이 모두인 유산은 책임지는 사람도 흐려진다
주인이 모두인 유산은 책임지는 사람도 흐려진다 / ⓒ 브레스저널

갯벌 체험과 어촌 관광은 물때를 상품으로 바꾼다. 버스가 들어오면 마을에 돈이 돌고, 젊은 사람이 남을 이유도 하나 생긴다. 그러나 체험객이 조개를 캐고 돌아간 뒤에도 다음 사리의 물길을 읽는 사람은 늘지 않는다. 활용은 마을을 살릴 수 있어도 앎을 대물림하지는 못한다.

지정 이후에 확인해야 할 것은 목록이 몇 개로 늘었는가가 아니다. 물때를 아는 사람들의 말을 누가 받아 적고 어떻게 마을로 되돌려주는지, 조사가 몇 해짜리로 설계되는지, 마을마다 다른 물때 이름을 하나로 다듬지 않고 그대로 남길 것인지가 핵심이다. 어촌계가 전승의 주체로 설 수 있는지도 여기에 걸려 있다.

사리와 조금 사이의 하루는 누구나 볼 수 있다. 서해나 남해의 포구에 붙은 물때표를 읽고,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시각에 맞춰 갯벌 가장자리에 서 있으면 된다. 두어 시간이면 바다가 수백 미터를 물러나고, 그 사이 뻘 위로 걸어 들어가는 노인의 걸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가가 지키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 걸음이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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