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흔들리는 유가, 덜 흔들리는 전기

플래닛·입력 2026. 03. 21. 오후 2:01:00
연료를 사오지 않는 발전은 국제 가격표를 따라가지 않는다
연료비가 들지 않는 발전은 국제 유가와 따로 움직인다
연료비가 들지 않는 발전은 국제 유가와 따로 움직인다 / ⓒ 브레스저널

주유소 표시가격이 한 주 사이 몇 번씩 바뀌는 계절이 돌아왔다. 기름을 넣는 사람은 그 변동을 손끝으로 매번 느낀다. 그런데 같은 집의 전등과 냉장고는 바다 건너 소식과 별 상관없이 하루 종일 켜져 있었다. 이 온도 차가 어디서 오는지 들여다보면 지금의 논쟁에 대한 답이 절반쯤 드러난다.

가격 충격이 닥칠 때마다 되풀이되는 주장이 있다. 에너지가 비싸진 해에 전환까지 밀어붙이면 가계와 산업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다. 살림이 팍팍한 시기에 새 설비 투자 청구서를 함께 내미는 일이 부담스럽다는 말은 그 자체로 틀리지 않았다. 그러니 이 주장은 무시할 대상이라기보다 정면으로 답해야 할 상대다.

답을 찾는 출발점은 단순한 사실 두 가지다. 태양광과 풍력은 전기를 만들 때 사서 태우는 연료가 들지 않는다. 설비를 세우고 유지하는 비용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매일 국제 시장에서 값이 새로 매겨지는 원료를 배로 실어 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산유국 정세가 출렁여도 이 발전원의 원가는 그 파도를 고스란히 받지 않는다.

전력망 전체로 보면 효과는 더 분명해진다. 연료비가 들지 않는 발전이 많이 돌아가는 시간대에는 비싼 연료를 태우는 발전기를 그만큼 덜 세워도 된다. 같은 충격이 와도 요금으로 전가되는 몫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는 기후 대책이면서 동시에 가격 변동을 흡수하는 완충재로 작동해 왔다.

낮에 쓰는 전기는 저녁의 부담을 덜어준다
낮에 쓰는 전기는 저녁의 부담을 덜어준다 / ⓒ 브레스저널

그렇다면 결론은 반대로 뒤집힌다. 에너지 안보 충격은 전환을 미룰 근거가 되기 어렵고, 오히려 서둘러야 할 이유를 하나 더 얹는다. 연료 수입에 덜 기대는 전력망을 만드는 일은 환경 지출인 동시에 변동성에 드는 보험료다.

가장 강한 반대 논리는 간헐성이다. 햇빛과 바람은 사람이 원하는 시각에 맞춰 나오지 않고, 저장 설비와 송전망을 함께 깔지 않으면 늘어난 발전량이 버려진다. 이 지적은 진지하다. 그러나 간헐성은 기술과 운영으로 해마다 줄여 가는 과제인 반면, 연료 수입 의존은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옅어지지 않는다.

물론 낙관을 부풀릴 생각은 없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홍보 문구로만 키우면서 실제 전력의 대부분을 화석연료에 기대는 곳은 어떤 완충재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대로 세상이 곧 끝난다는 어조는 사람을 움직이는 대신 마비시킨다. 필요한 것은 겁주기보다 계산이다.

개인이 국제 유가를 좌우할 방법은 없다. 대신 해가 높은 한낮으로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를 옮기는 선택은 오늘 당장 가능하다. 태양광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시간에 전기를 쓰는 습관은 가정의 요금을 낮추고, 저녁 첨두 부하를 덜어 값비싼 발전기의 가동을 줄인다. 봄볕이 길어지는 요즘, 그 시간대는 하루하루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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