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 해 동안 5대 정책금융기관이 녹색금융으로 공급했다고 집계한 금액은 69조4천억원이다. 같은 실적을 정부가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대입하면 32조1천억원으로 줄어든다. 기관 자체 집계액의 46.3% 수준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이 대상이다.
정부가 이들 기관에 제시한 2025년 녹색금융 공급 목표는 51조7천억원이었다. 자체 기준 실적만 놓고 보면 목표를 17조원 이상 웃돈다. 정부 분류체계를 적용한 32조1천억원은 같은 목표에 19조원 넘게 못 미친다. 목표 달성 여부가 어떤 잣대를 쓰느냐에 따라 반대로 뒤집히는 셈.
격차는 기관별로 크게 갈린다. 수출입은행은 자체 집계 23조1천억원 가운데 3조7천억원만 정부 분류체계에 들어맞았다. 신용보증기금은 12조4천억원 중 2천억원, 기술보증기금은 6조원 중 3천억원이 각각 해당됐다. 반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두 기준의 실적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두 은행의 개별 금액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집계는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아 공개했다. K-택소노미를 대입한 재산정은 금융위가 수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민 의원은 정책금융기관이 자체 잣대 대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해 그린워싱 위험을 차단하고, 민간 금융회사 실적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이의 배경에는 K-택소노미의 성격이 있다. 이 분류체계는 친환경 녹색 활동의 기준을 제시할 뿐 법적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 기관이 자체 기준으로 실적을 쌓아도 제재할 근거가 없고, 그래서 같은 사업이 한쪽에서는 녹색으로, 다른 쪽에서는 비녹색으로 계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관마다 그린워싱 방지 절차를 두고 있으나 기준을 하나로 맞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실무협의를 통해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금융권 실적은 규모부터 다르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JB 등 6개 금융그룹이 2025년 기후금융으로 공급한 금액은 9077억원이다. 이들 그룹의 녹색자산비율, 즉 총자산 대비 녹색여신 등의 비중은 모두 1%를 밑돌았다. 정책금융이 조 단위를 다루는 동안 민간은 억 단위에 머물러 있다는 뜻.
금융위는 지난달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전환금융 개념을 새로 넣고, 2035년까지 공급할 기후금융 총액을 790조원으로 제시했다. 금융권이 특정 사업의 기후금융 지원 적합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원에 웹포털을 두는 방안도 함께 담겼다. 790조원이라는 총액이 어떤 기준으로 계산되느냐에 따라, 2025년에 벌어진 37조원의 간극이 그대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공급 실적의 정의도 정리 대상이다. 신규 취급액인지 잔액인지, 대출·보증·투자 중 어디까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같은 기관이 내놓는 값이 달라진다. 실무협의를 통한 기준 통일 작업의 결과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통일된 잣대가 나오기 전까지 녹색금융 공급액은 발표 주체의 기준을 함께 읽어야 뜻이 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