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2월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기후금융 확대 방안을 내놨다. 2024~2030년 420조원 규모로 잡혀 있던 기후정책금융 공급 계획이 790조원 규모로 커졌다. 공급 기간을 2026~2035년 10년으로 보는 설명과, 2024~2035년 누적 목표를 다시 잡으면서 2031~2035년 5년치 약 370조원이 얹힌 형태로 보는 설명이 함께 나온다. 총액의 성격을 두고 증액인지 기간 연장인지가 갈린다.
확대 배경으로는 감축 목표 상향이 거론된다. 정부는 2025년 11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을 기준연도로 삼아 53~61% 감축하는 수준으로 확정했다. 종전 420조원 계획은 2030년 40% 감축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어서 상향된 경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확대 논리로 붙는다. 신규 공급분에는 50% 이상 지방, 70% 이상 중소·중견기업이라는 배분 기준이 달렸다.
이번 방안의 새로운 항목은 전환금융이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처럼 탄소를 많이 내뿜는 업종이 설비 효율을 높이고 연료를 바꾸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쓰이는 자금을 가리킨다. 같은 날 확정된 가이드라인은 인정 경로를 둘로 나눴다. 하나는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와 연결되는 경로, 다른 하나는 업종별 로드맵에 해당하는 전환전략을 근거로 삼는 경로다.
택소노미 경로의 요건은 이렇게 짜였다. 녹색금융 인정 기준 가운데 활동기준을 우선 충족하고, 남은 요건은 5년 안에 또는 만기까지 채우면 전환금융으로 본다. 적용 대상 상품은 채권과 대출, 지분증권까지 걸친다. 소관 부처는 갈라져 있는데, 택소노미에 따른 전환 활동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과 전환전략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사후관리 장치도 함께 들어갔다. 정책금융기관은 자금이 목적 밖으로 흘러갔는지, 감축계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를 뒤에서 점검해야 한다. 이행이 부족하면 해당 자금을 일반 금융으로 돌리거나 금리 인하·보증료 감면 같은 우대조건을 줄이거나 거둘 수 있다. 탄소고착 리스크를 다루는 조항도 가이드라인 안에 들어갔다.
집행의 빈칸은 두 곳에서 확인된다.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790조원 안에 전환금융이 들어가지만 투입 규모를 따로 정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산업별 배분이나 연차별 목표도 두지 않았고 시장 수요를 봐가며 유연하게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인정 경로의 한 축인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 역시 수립 전이며, 로드맵이 없는 업종은 기업이 자체 전환 경로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일본은 국채를 축으로 움직였다. 2023년 2월 10년간 20조 엔(약 186조원) 규모 GX 전환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고, 10년간 민관 합동 투자 150조 엔(약 1400조원)을 끌어낸다는 구상을 세웠다. 2024년 2월 세계 최초로 기후 전환국채를 찍은 뒤 두 차례 발행액은 1조6000억 엔(약 15조원)이고, 2026년 1월에는 약 3000억 엔(약 2조8000억원) 규모 입찰이 있었다.
경제산업성은 2025년 12월 가이드라인을 고쳐 과학 기반 감축 경로를 지키는지, 재무계획과 이어진 전환전략을 갖췄는지를 보도록 기준을 죄었다. 한국형 전환금융은 EU식 택소노미와 일본식 산업 로드맵을 섞은 형태로 설계됐다.
측정 기반은 시차를 두고 들어온다. ESG 공시는 2028년 사업연도부터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단계적 의무가 되고,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스코프3 배출량은 3년 유예를 거쳐 원칙적으로 2031년부터 적용된다. 공시기준은 ISSB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제1호·제2호로 확정됐으며, 통로는 거래소 공시로 운영하다가 자본시장법상 법정공시로 옮긴다. 대출·투자에 딸린 간접배출량을 계산하는 금융배출량 플랫폼도 구축 대상에 올라 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월 26일 논평에서 전환금융을 도입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면서, 금융회사 자산 중 전환금융 비율을 따로 산출하도록 한 점과 중소기업 정보 요건을 낮춘 점을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꼽았다. 배분 규모와 로드맵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축 유인이 얼마나 작동할지는 집행 단계에서 갈릴 여지가 있다. 감축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자금이 다배출 업종의 유지 비용으로 쓰일 경우 보조금에 가까워진다는 지적이 확대 방안을 둘러싸고 함께 나온다.
확인할 시점은 몇 개로 좁혀진다. ESG 공시 로드맵은 3월까지 의견을 받아 4월 중 확정되고, 기후금융 웹포털은 4월 1단계에 이어 8월 2단계 정식 서비스를 예고했다. 전환금융 워킹그룹은 올해 상반기 가동될 예정이다. 790조원이 감축 경로를 끌어올리는 자금이 될지는 이 일정들이 지나간 뒤 배분 기준과 점검 결과로 드러날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