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보고서가 다루는 ESG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책임과 약속을 서술하던 방식에서, 에너지 효율화로 줄인 운영비용(Opex)과 ESG 연계 대출로 낮춘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같은 재무 지표를 앞세우는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2026년 1월 22일 제시됐다. ESG를 지출 항목으로 두지 않고 기업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동력으로 보는 이른바 'Values to Value' 전환이 올해 글로벌 기업 보고서의 특징으로 꼽힌다. 투자 측면에서 이 전환을 받아 안을 쪽은 기관투자자다.
그 접점에서 국내 상황을 점검한 논의가 하루 뒤 열렸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과 김윤 의원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2026년부터 스튜어드십코드 미이행사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내실화 방안이 시행되는 것과 맞물린 일정이다.
발제는 제도의 이력을 짚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현영 연구위원은 한국 스튜어드십코드가 2016년 도입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입 10년째에도 원칙 문언은 그대로 유지돼 왔고, 이는 시장 환경 변화가 코드 본문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행 실태를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금융감독원 점검에서는 기관투자자의 불성실 공시와 형식적 공시 등 의결권 행사가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다. 경제개혁연대 이승희 연구위원은 코드 참여 운용사들의 수탁자 책임이행 지침 마련과 활동 보고 준수율이 낮고, 자본시장법이 정한 공시 의무만 채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자산 규모가 크고 투자 대상 회사가 많은 대형 운용사일수록 주주관여활동이 저조하다는 문제 제기도 함께 나왔다.
점검 시점과 대상 기관 수, 준수율의 구체적 백분율은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미흡 사례의 규모를 계량하기는 어렵고, 지적이 겨냥한 지점만 확인되는 수준이다.
제도 보완 쪽 움직임도 예고됐다. 김윤 의원은 국민연금의 직접운용에 한정된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점검 대상을 위탁운용 부문까지 넓히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위탁분이 점검 밖에 놓여 있다면 코드 참여 운용사 다수의 관여활동이 사실상 확인되지 않은 채 남는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기업 쪽 협조도 쟁점으로 올랐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이동섭 수탁자책임실장은 투자 대상 기업들이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관여활동이 성립하려면 기업이 내놓는 정보가 전제인 만큼, 투자자 책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ESG 성과와 기관투자자 관여활동의 상관을 보여주는 국내 실증 데이터는 나와 있지 않다. 두 흐름이 실제로 맞물리는지는 미이행사 공시 강화가 적용된 뒤 올해 공시되는 이행 내역에서 처음 가늠할 수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발의 여부와 조문 내용도 그 시기를 전후해 드러날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