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고용을 늘렸다는 설문과 청년의 취업 문턱이 낮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같은 주에 나왔다. 앤트로픽은 3월 5일(현지시간)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를 내고, 22~25세 구직자가 AI 노출도 높은 직종에 새로 취업할 확률이 2022년 이후 약 14% 줄었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3월 11일 스노우플레이크는 10개국 의사결정권자 2,050명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77%가 AI 도입 뒤 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두 수치는 어긋나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곳을 재고 있다.
앤트로픽 보고서의 핵심은 '관측된 노출도'라는 새 지표다. AI가 이론적으로 해낼 수 있는 업무 비율과, 사람들이 실제로 AI에 시키고 있는 업무 비율을 겹쳐 본 값이다. 이 둘의 간격은 생각보다 크다. 컴퓨터·수학 분야 직무는 이론상 약 94%가 대규모 언어모델로 수행 가능하지만, 실제 활용은 33% 수준에 머문다.
직종별로 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74.5%로 가장 높고 고객서비스 상담원 70.1%, 데이터 입력원 67.1%, 의무기록 전문가 66.7%, 시장조사 분석가 64.8%가 뒤를 이어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대편에는 요리사·바텐더·오토바이 정비사·구조요원처럼 몸을 쓰는 직종이 놓인다. 연구진은 법정 변론 같은 법률 업무와 가지치기, 농기계 조작도 여전히 AI가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분류했다. 도입을 늦추는 요인으로는 법적 제약, 소프트웨어 요건, 사람이 결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꼽혔다.
주목할 점은 챗GPT 출시 이후 지금까지 고노출 직군의 실업률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규모 고용 변동도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년의 신규 취업 확률만 떨어졌다면, 연구진의 해석대로 해고보다 채용 감축이 원인일 공산이 크다. 회사는 사람을 내보내는 대신 새로 뽑을 인원을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조정한다.
스노우플레이크 조사는 기업이 체감한 결과를 보여준다. 46%는 직무 감소를 부분적으로 겪었고, 둘 다 겪은 기업 중 69%는 AI가 전반적 고용에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활용 사례를 여럿 쌓은 조직은 75%가 인력 측면에서 순긍정 효과를 봤다고 답한 반면 도입 초기 조직은 56%에 그쳤다. AI 투자 1달러당 회수액은 평균 1.49달러로 집계됐다.
어느 직무에서 늘고 줄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일자리가 순증한 영역은 IT 운영 56%, 사이버보안 46%, 소프트웨어 개발 38% 순이었다. 감소 영향은 고객 서비스·지원과 데이터 분석이 각각 37%로 크게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96%가 전사 확장에서 난관을 겪는다고 답했고, 약 80%는 그 원인으로 기술이나 데이터 문제를 지목했다. 데이터가 부서별로 흩어져 있다는 응답이 65%, 품질 측정과 모니터링이 62%였다.
AI 노출도가 10%포인트 오를 때 향후 10년(2024~2034년) 고용 성장률 전망치가 0.6%포인트 낮아지는 상관관계는 미 노동통계국 전망과 맞춰봤을 때 드러났다. 고노출 직군은 시급이 비노출 직군보다 평균 47% 높고, 대학원 이상 학력자 비중도 17.4% 대 4.5%로 네 배가량 벌어진다. 조건이 좋은 직무부터 흔들린다는 뜻이다. 그 직무로 들어가는 첫 계단이 줄어들면 그다음 계단도 함께 사라진다.
정책 시계는 벌써 돌아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월 11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 수립현황'을 보고하고 6월까지 계획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실시간 구인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지역·직종별 상시 모니터링과 고용위기 조기경보, 직무전환 컨설팅과 장려금, 실업급여를 포함한 안전망 보강, 생애주기별 AI 역량 교육이 추진과제로 담겼다. 정부가 단독으로 밀고 가는 5개년 계획 대신 노사정이 함께 지킬 원칙을 제시하고, 기술 전개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만큼 시나리오별로 정책을 나눠 두는 설계다.
노동부는 채용·평가 알고리즘의 편향 같은 전환 부작용 실태조사와 노동분야 AI 윤리 가이드라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제도화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 포럼을 통한 집중 논의는 4~5월로 잡혀 있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장면은 통계에 크게 찍히지 않았다. 대신 스물두 살이 이력서를 넣을 수 있는 칸이 조금씩 줄고 있다. 6월에 나올 기본계획이 재직자 전직 지원에 머무를지, 처음 일터에 들어서려는 사람의 몫까지 담을지가 이 계획의 성패를 가른다. 사라진 신입 공고를 메우는 일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