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예산정책처 천경록 경제분석관이 작성한 생성형 AI 고용 분석 보고서가 통념과 반대되는 결론을 내놨다. 챗GPT가 나온 2022년 11월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의 취업자는 전 연령대에서 늘었고, 청년층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회귀분석에서도 AI가 고노출 직업의 고용을 깎았다는 증거는 잡히지 않았다. 노출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고용 변화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올라갔다.
노출도는 국제노동기구가 만든 지표를 가져다 썼다. 어떤 직업의 업무 가운데 생성형 AI가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를 점수로 매긴 것으로, 보고서는 이를 기준 삼아 한국 직업을 고노출·중간노출·저노출·비노출 네 갈래로 나눴다. 고노출 쪽에는 회계 및 경리 사무원, 금융·보험 사무원과 전문가, 고객 상담 및 모니터 요원, 컴퓨터·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들어갔다. 분석 기간은 챗GPT 출시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로 파악된다.
같은 보고서를 뜯어보면 결론이 한쪽으로만 모이지 않는다. 고노출 안에서도 갈렸기 때문이다. 취업자가 줄어든 쪽은 회계·경리 사무원, 고객 상담 및 모니터 요원, 그리고 작가·언론 관련 전문가였다. 반대로 컴퓨터시스템·소프트웨어 전문가, 금융·보험 전문가, 인사·경영 전문가는 늘었다.
보고서는 작가·언론 직군의 감소를 두고 거대언어모델의 텍스트 생성 기능과 정면으로 겹치는 업무라는 점을 해석의 실마리로 봤다. 전문직 쪽은 다르게 읽었다. 저연차 직원에게도 AI가 일을 빼앗는 자동화보다 일을 거드는 증강 형태로 작동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청년층에서 줄어든 고용은 중간 노출 직업 쪽이었다.
그런데 노동시장 지표는 정반대 얼굴을 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1월 고용동향을 보면 15~64세 고용률은 69.2%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올랐다. 같은 달 15~29세 고용률은 43.6%로 1.2%포인트 떨어졌고, 21개월 내리 하락 중이다. 청년 실업률은 6.0%에서 6.8%로 뛰어 1월 기준으로는 2021년 이후 가장 높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46만9000명으로 1년 새 3만5000명(8.1%) 늘었다. 취업준비생들이 말하는 현장은 이 통계와 맞물린다. 경력을 갖춘 신입 지원자, 이른바 '중고 신입'이 선호되고, 대기업 신입 공채를 연 2회에서 1회로 줄인 사례가 나왔다. 기업이 공채 대신 수시·경력 채용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두 데이터를 나란히 놓으면 충돌이라기보다 층위가 다르다고 보는 편이 맞다. 직업별 취업자 총량은 유지되거나 늘어도, 그 직업에 새로 진입하는 통로는 좁아질 수 있다. 빅테크가 초급 개발자 채용을 보수적으로 바꾸고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이 채용 규모를 조정한다는 서술은 총량이 아닌 입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리킨다. 기업들이 AI를 들이고 채용을 줄이는 동안에도 거시 생산성 지표는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선행 연구들은 AI 고노출 산업에서 청년 고용은 줄고 50대 고용은 늘어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짚어왔다. 경험 있는 사람의 생산성은 AI가 밀어 올리는 반면,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AI가 노동시장을 쓰나미처럼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예정처 분석은 구인과 청년 채용 추세에서 다른 직업군과 뚜렷이 구별되는 신호를 찾지 못했다. 경고와 계측 사이의 간극이 지금 시점의 실상에 가깝다.
제조 현장에서는 계산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은 AI 로봇 '아틀라스'의 산업현장 투입을 추진 중이고, 이웅재 제조솔루션본부 상무는 지난달 7일 위험 작업과 신체 부담이 큰 작업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1대 예상 가격은 2억원 선, 직원 2명 몫을 한다고 가정하면 2년이면 값을 뽑는다는 셈법이 붙는다. 노조 측은 지난달 16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며 노사 합의 없는 도입에 반대했다.
정책이 겨눌 지점도 이에 따라 달라진다. 전체 일자리를 지키는 대책과, 사회 초년생이 첫 실무 경험을 얻는 경로를 만드는 대책은 설계가 전혀 다르다. 회계·상담처럼 반복 업무 비중이 큰 직군에서 신입 훈련 과정을 어떻게 다시 짤 것인지가 이 데이터가 던지는 실질적 과제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이 보고서는 안심할 근거도, 포기할 근거도 되지 못한다. AI를 쓰는 쪽으로 옮겨간 개발·금융·인사 직군에서는 사람이 더 필요해졌고, 텍스트 생산이 곧 업무의 전부였던 직업은 줄었다. 다음 1~2년의 통계가 지금과 같은 그림일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첫 직장의 문이 좁아진 청년들에게는 통계가 뒤집히기를 기다릴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