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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용 충격, 처방은 정반대로 갈렸다

미디어·입력 2026. 03. 03. 오후 6:58:00
공공 콜센터 정원 조정이 첫 시험대로 떠올랐다
같은 진단에서 출발한 대응책이 반대편으로 갈라지고 있다
같은 진단에서 출발한 대응책이 반대편으로 갈라지고 있다 / ⓒ 브레스저널

대구시가 3일 공무직 및 기간제근로자 채용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공무직 정원은 656명에서 652명으로 줄고, 감축 인원 4명 가운데 3명이 상담원 직종이다. 상담원 정원은 42명에서 39명이 된다. 대구시는 실제로 일하고 있는 인원이 39명이어서 비어 있던 몫을 반영한 조정이며 사람을 내보내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조정이 눈길을 끄는 것은 같은 조직이 AI 상담을 이전부터 돌리고 있어서다. 120달구벌콜센터에는 시민의 말을 텍스트로 바꾼 뒤 무엇을 묻는지 분석하고, 지식DB에서 답을 찾아 다시 음성으로 읽어주는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문장을 알아듣고 답을 고르는 이 과정이 사람 상담원의 초반 응대와 겹친다. 대구시 설명대로 결원 반영이라 해도, 결원을 채우지 않아도 굴러가는 이유를 묻게 되는 배치다.

거시 진단은 여러 갈래에서 비슷하게 나온다. 한국은행의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는 국내 취업자 341만명, 전체의 12%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에서는 고용이 줄고 임금 상승률도 눌릴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담겼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26일 낸 보고서도 챗GPT가 나온 2022년 11월 이후 2025년 상반기까지 회계경리·고객상담·작가군의 청년 고용이 줄고, 컴퓨터·금융보험·인사경영은 늘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예산정책처는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선다. AI 확산이 고용 감소를 직접 일으켰다는 근거가 뚜렷하지는 않다면서도, 일자리 변동성에 대비하라고 제언했다. 인과를 확정하지 않은 채 대비를 권한 문장이다. 정부 고용 통계에서 올해 1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고용이 줄었다는 지표도 그 우려를 뒷받침하는 신호로 읽힌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당시에도 일자리가 대거 사라진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2010년대 실업률은 오히려 내려갔다고 짚었다.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인도 AI 정상회의에서 지금 AI의 분별력이 고양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같은 KB증권의 김세환 연구원은 여행·항공업 안에서 'AI 대체 공포'로 종목이 갈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체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대체될 것이라는 예감이 값에 반영되는 국면이다.

시장은 그 예감에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미국 리서치사 시트리니리서치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2028년을 가정한 보고서를 내놨다. 초고성능 AI 도구가 퍼지면서 대량 실업과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겹쳐, 경제는 커지는데 소비는 따라오지 않는 '소비 없는 성장'이 온다는 경고였다.

공개 당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내렸고, 거명된 기업 주가도 밀렸다. IBM은 2000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백악관은 이 보고서를 공상과학 소설 수준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구 쪽 변화도 빠르다. 앤스로픽이 올해 초 내놓은 기업용 도구 '클로드 코워크'는 전문 인력이 아니어도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계약서 검토 같은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게 해준다. 출시 뒤 뉴욕증시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중심으로 투매가 일었고 충격은 클라우드 사업자로 번졌다.

데이터 분석 기업 렐엑스 주가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올해 들어 최대 31%까지 내렸다. 이 회사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5년 안에 화이트칼라 일자리 절반이 사라진다고 경고했고, 1월 에세이 '기술의 사춘기'에서는 AI가 스스로 코드를 고치며 성능을 끌어올리는 되먹임이 세지고 있다고 썼다.

처방은 여기서 정반대로 갈라진다. 한쪽은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이 낸 국가별 노동법제 유연성 순위에서 한국은 9개국 중 꼴찌인 43점으로, 평균 70.61점은 물론 각각 65점인 대만·중국에도 못 미쳤다.

노동시간당 GDP와 GNI가 OECD 평균 아래라는 점도 이 진영의 논거다. 다른 쪽은 정부가 일자리에 직접 개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모두에게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지를 놓고 다툰다.

노동시장 안쪽 데이터는 소멸보다 이동에 가깝다. 잡코리아 분석에서 2024년 AI 관련 채용 공고는 2022년보다 13.1% 늘었고, 회원 263명 설문에서는 79.5%가 업무에 AI를 쓴다고 답했다. 3년 사이 AI 직무 지원자는 1.7배, 공고당 경쟁률은 1.8배로 뛰었다. 공고 비중은 AI/ML 엔지니어 9.4%, 웹·앱 개발자 9.2%, 데이터 엔지니어 3.5% 순이다.

보상 격차도 뚜렷하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20일 발행한 'HR 머니 리포트 2026'을 보면 21개 주요 직무 중 연봉이 가장 높은 쪽은 AI·개발·데이터였다. 평균 4947만원이다.

기업 규모로 나누면 대기업 5279만원, 중견기업 4483만원, 중소기업 3994만원으로 벌어진다. 월가에서는 JP모건 등이 대규모 직원 재배치를 언급했는데, 인력을 내보내는 대신 맡을 일을 바꾸는 방식이어서 잡코리아 지표와 결이 같다.

대구시 행정예고는 앞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된다. 정원 3명이 크지 않아 보여도, 공공 상담 창구에서 사람 몫을 다시 세는 절차가 문서로 남은 사례라는 점에서 다음 지자체가 참고할 선례가 된다. 콜센터 전화를 걸었을 때 처음 응답하는 목소리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그리고 기계가 답을 못 찾았을 때 넘겨받을 사람이 몇 명 남아 있는지가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다. 논쟁은 정책으로 정리되기 전에 이런 창구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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