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가 전체 인력의 20% 이상을 줄이는 방안을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3월 14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나왔다. 회사 측은 추측성 보도라고 답했고, 시행 시기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아흐레 전인 3월 5일, 앤트로픽은 800개 직종의 업무에 AI가 얼마나 쓰이는지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2022년 말 이후 AI 고노출 직종에서 실업률이 올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주에 놓인 두 소식이 정반대를 가리킨다.
메타는 2025년 말 기준 약 7만9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 11월 전체의 약 13%인 1만1000명을 내보냈고, 2023년에도 1만 개 일자리를 더 줄이겠다고 발표한 전력이 있다. 아마존은 2026년 1월 전체 인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6000개 감축 계획을 내놨고, 결제회사 블록은 AI 모델의 빠른 발전을 이유로 직원 1만 명 중 4000명 이상을 줄이겠다고 했다.
감원 뉴스만 늘어놓으면 결론은 하나로 보인다. 그런데 앤트로픽이 만든 '관측 노출도'는 다른 그림을 그린다. 관측 노출도란 특정 직종의 업무 가운데 AI가 실제로 손대고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를 재는 값이다. 직업이 사라졌는지를 묻는 대신, 그 직업 안의 일감이 어디까지 기계 쪽으로 넘어갔는지를 본다.
수치를 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74.5%로 가장 높다. 고객서비스 담당자 70.1%, 데이터 입력자 67.1%, 의료기록 전문가 66.7%가 뒤를 잇고, 시장조사 분석가와 마케팅 전문가가 64.8%다. 기술과학 제품을 뺀 영업·도매 및 제조가 62.8%, 재무 및 투자 분석가 57.2%,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 분석·검사자 51.9%, 정보 보안 분석가 48.6%, 컴퓨터 사용자 지원 전문가 46.8%로 이어진다.
반대편 끝은 0%다. 요리사, 오토바이 정비사, 안전요원, 바텐더, 설거지 담당자, 탈의실 안내원이 여기 속한다. 손과 몸이 현장에 있어야 끝나는 일은 노출도가 잡히지 않는다.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상단을 차지한 것과 정확히 대비된다.
흥미로운 것은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인적 구성이다. 앤트로픽은 이 직종의 근로자가 고령·여성·고학력·고임금 경향을 보인다고 적었다. 실업률은 오르지 않았지만 해당 직종의 젊은 근로자 채용은 둔화했다고도 했다. 기존 인력은 그대로 일하는데 새로 들어올 문이 좁아지는 형태다.
국내 조사도 비슷한 지점을 짚은 적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4월 '인공지능에 의한 화이트칼라의 직무 대체 및 변화' 보고서에서 500여개 직업의 AI 직무 대체율을 분석했고, 대체율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패턴사를 꼽았다. 방송작가, 게임그래픽디자이너, 성우도 높은 편으로 나왔다. 앤트로픽의 관측 노출도와 고용정보원의 직무 대체율은 산출 방식이 달라 두 값을 나란히 놓고 크기를 견주기는 어렵다.
기업 쪽 언어도 바뀌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올해 1월 예전에 대규모 팀이 맡던 프로젝트를 뛰어난 1명이 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가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에 6000억 달러를 넣겠다고 하고, AI 에이전트용 SNS 플랫폼 몰트북을 인수했으며, 중국 AI 스타트업 마누스를 20억 달러에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사람은 줄이고 기계에는 붓는 배치가 뚜렷하다.
두 서사를 가르는 갈림길은 '어떤 직업이 사라지는가'가 아니다. 한 직업을 이루는 여러 업무 가운데 몇 개가 떼어져 나가는가, 그리고 그 떼어냄이 얼마나 빠른가다. 노출도 74.5%의 프로그래머는 직업이 없어진 게 아니라 일감의 상당 부분이 다르게 처리되는 상태다. 감원 발표와 노출도 지표가 어긋나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메타 감원안이 실제로 확정될지, 대상 부문이 어디까지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챗GPT가 나온 2022년 11월 30일부터 세면 3년 넉 달이 지났고, 그사이 채용 통계는 신입 쪽에서 가장 빨리 반응했다. 자기 직무를 열 개 안팎의 업무로 쪼개 적어보고, 그중 어느 것이 남의 손으로 넘어갈 만한지 표시해보는 편이 직업 소멸 목록을 읽는 것보다 쓸모 있다. 내년에 같은 종이를 다시 펴서 표시가 몇 개 늘었는지 세어보면, 각자에게 이 변화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