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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사 노동자 90% "자동화에 고용 흔들린다"

미디어·입력 2026. 03. 18. 오후 8:45:00
로봇 도입 체감 62%, 2030년 4개 산업 10만 명 감소 전망
로봇이 늘어난 라인에서 노동자가 느끼는 것은 위험과 고용 불안이 겹친 감각이다
로봇이 늘어난 라인에서 노동자가 느끼는 것은 위험과 고용 불안이 겹친 감각이다 / ⓒ 브레스저널

산업용 로봇과 2차전지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거나 다른 업무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공개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해·위험 요인에 대응한 노동인권 증진 방안 실태조사'에 담긴 결과다. 조사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두 산업 종사자 500명에게 물은 설문을 바탕으로 한다. 불안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9.6%에 그쳤다.

90%라는 합계는 강도가 다른 답을 모두 더한 값이다. '가끔'이 32.0%로 가장 많았고 '드물게' 24.8%, '자주' 23.2%, '매우 자주' 10.4% 순이었다. 늘 불안에 시달린다고 볼 수 있는 '자주'와 '매우 자주'만 떼어내면 33.6%다. 일상적 압박을 겪는 3분의 1과, 문득문득 같은 생각이 스치는 나머지 절반이 함께 90%를 만든 셈이라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불안이 막연한 것만은 아니었다. 응답자 62%는 공정에 로봇이 들어오는 변화를 직접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공정 도입이 46.0%, 대부분 공정이 13.2%, 전체 공정이 2.8%였고, 변화가 거의 없다는 응답은 11.2%였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일부 공정 자동화 도입은 500명 이상에서 49.1%, 100~300명 44.0%, 300~500명 43.8%로 큰 곳일수록 넓게 퍼져 있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도입 범위와 체감이 같은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5점 척도로 잰 집단 평균에서 100~300명 사업장은 교육 부족 3.3점·고용 불안 3.5점, 300~500명 사업장은 3.3점·3.4점을 기록해 전체 평균 3.0점을 웃돌았다. 반면 로봇을 가장 많이 들여놓은 500명 이상 사업장은 교육 부족 2.7점, 고용 불안 2.5점으로 가장 낮았다. 설비 투자는 대기업 쪽이 앞서지만, 그 압박은 중견 규모 사업장 노동자가 더 크게 받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전 문제도 같은 조사에서 드러났다. 산업용 로봇을 다루는 제조업 노동자 250명 가운데 88%가 로봇 곁에서 일할 때 충돌이나 끼임 위험을 느낀다고 했고, 실제로 위험한 상황을 겪었다는 응답은 61.2%였다. 로봇이 돌아갈 때 나는 소음과 진동으로 피로나 근골격계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은 84%에 이르렀다.

비상정지 버튼 같은 안전장치를 믿기 어렵다는 답변이 많았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로봇 공정에 맞는 안전 기준 정비와 함께 전환 교육·직무 재배치를 주문했다.

로봇 도입은 큰 사업장이 앞서지만 불안 체감은 중간 규모가 더 높다
로봇 도입은 큰 사업장이 앞서지만 불안 체감은 중간 규모가 더 높다 / ⓒ 브레스저널

교육 부분은 별도의 항목으로도 확인된다. 새 장비를 다루는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노동자가 90.8%였다. 세부적으로 '가끔' 37.2%, '드물게' 22.8%, '자주' 20.0%, '매우 자주' 10.8%였고 그런 적이 없다는 응답은 9.2%였다. 장비는 들어오는데 그것을 다루는 법은 몸으로 익히는 상황이 불안의 실체에 가깝다.

일자리 규모 전망도 함께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고용영향 사전평가 2025 AI·디지털 전환' 보고서에서 24개 산업의 2030년 고용 변화를 따져 주요 산업에서 약 10만 명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봤다. 종합소매업이 23만 명대에서 19만 명 수준으로 4만 명, 소프트웨어 개발업이 45만 명에서 42만 명으로 3만 명 줄고, 육상여객 운송업은 23만5000명에서 21만5000명으로, 전기통신업은 1만 명가량 감소한다는 추산이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인구전략연구실장은 대량 해고나 급격한 인력 감축 없이 고용이 완만하게 조정된다고 보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대체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반대편 연구도 볼 만하다. 아세모글루·오토르 교수의 'AI and Jobs: Evidence from Online Vacancies'는 2010~2018년 미국 온라인 채용 데이터에서 AI 관련 직무 수요가 계속 늘었지만 전체 고용의 뚜렷한 감소는 잡히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AI 활용 가능성이 큰 산업의 AI 인력 채용 확률은 다른 산업보다 약 15% 높았다. 국내에서도 25~29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자리가 2025년 8월 기준 3년 사이 1만 개 가까이 줄어든 한편,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회계·경리 사무원과 고객 상담 요원 등에서 15~29세 채용이 늘었다.

기술이 쓰일 수 있는 범위와 실제로 쓰이는 범위 사이에도 간격이 있다. 앤트로픽 보고서는 대규모 언어모델, 즉 방대한 문서로 학습해 문장을 만들어내는 AI가 파고들 수 있는 이론적 여지를 컴퓨터·수학 94%, 사무·행정 90%로 잡았지만 실제 적용 비중은 30%대에 머물렀다. 이 간격이 좁혀지는 데 몇 년이 걸릴지가 노동자에게는 남은 시간의 길이가 된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AI·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냈고 회사와의 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이달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전시됐다.

대체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불안이 공장에 도착했고, 논의는 로봇세와 기본사회처럼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서 당장 손댈 수 있는 것은 안전 기준과 교육이다. 로봇 팔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비상정지 버튼을 믿을 수 있는지, 새 설비가 들어온 날 반나절짜리 설명 말고 제대로 된 훈련이 붙는지가 그날의 노동을 바꾼다. 500명의 응답은 지금 라인에 서 있는 사람들의 하루에 대한 보고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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