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복지가 일할 마음을 꺾는다는 믿음

인터뷰·입력 2026. 03. 05. 오후 7:14:00
일반가구 44.6%의 인식, 실증연구가 내놓은 다른 답
일하는 삶과 지원받는 삶은 흔히 대립항으로 놓인다
일하는 삶과 지원받는 삶은 흔히 대립항으로 놓인다 / ⓒ 브레스저널

복지를 늘리면 사람들이 일할 마음을 잃는다고 여기는 이들이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이들보다 많았다. 2025년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에서 이 의견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3.8%, '그렇지 않다'는 37.1%, '보통'은 19%였다.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함께 수행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누가 그렇게 답했느냐다. 일반 가구에서는 44.6%가 근로의욕 저하에 동의한 반면, 저소득 가구에서는 27.9%에 그쳤다. 반대 의견은 저소득 가구가 39.8%, 일반 가구가 36.8%로 뒤집힌다. 지원을 받아본 쪽과 받아보지 않은 쪽의 체감이 정반대로 갈렸다는 뜻이다.

이 인식은 다른 문항에서도 결을 같이한다. 성장과 분배 중 무엇을 앞세울지 묻자 성장 중시가 56.6%, 분배 중시가 40.4%였고, 저소득 가구와 일반 가구 모두 성장 쪽이 우세했다. 감세 문항에서는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가 44.73%로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했다. 세금과 복지를 둘러싼 여론이 확신보다 유보에 가깝게 걸려 있는 셈으로 읽힌다.

그런데 실제 제도가 사람의 노동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들여다본 연구들은 다른 결론에 닿았다. 근로장려세제를 2014년 자료로 분석한 염경윤·전병욱 연구에서, 표본 전체로는 뚜렷한 변화가 잡히지 않았지만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집단에 한정하면 노동 공급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지원이 닿는 지점에서는 일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이야기다.

보육 지원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보육 지원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 ⓒ 브레스저널

돌봄 영역도 비슷하다. 이지완의 '보육료지원 확대의 여성 노동공급 효과 분석'은 2022년 나왔는데, 영유아를 키우는 여성이 일터로 나서는 비율이 보육료 지원이 넓어지면서 유의하게 올라갔다고 봤다. 돌봄을 대신 맡아줄 손이 생기자 일을 선택할 여지가 열린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과 실증 분석 결과가 서로 어긋난다.

이 어긋남이 지금 특히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노인 빈곤과 돌봄 공백이 겹쳐 오는 이중의 위기가 언론의 기획 지면에 오르내리고,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생활보호 신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구체적 건수와 집계 시점은 확정된 형태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고령화가 앞서 진행된 사회에서 최후의 안전망을 두드리는 손이 늘고 있다는 신호 자체는 분명하다.

노년의 빈곤은 근로의욕 문제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할 곳이 사라진 뒤에 찾아오고, 돌봐야 할 배우자나 부모가 생기면서 깊어진다. 복지가 게으름을 부른다는 통념은 주로 그 상황을 겪지 않은 쪽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바뀌고 있는 것도 있다. 이런 조사가 소득집단을 갈라 응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국민 여론'이라는 뭉뚱그린 말로 끝나지 않게 됐다. 44.6%와 27.9% 사이의 간극은 누구의 경험이 정책 논의에 덜 들어와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 간극을 좁히는 일이 다음 제도 설계의 출발선이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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