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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택배가 매달 쌀 1만 2000포를 직접 건네는 이유

인터뷰·입력 2026. 02. 19. 오후 7:25:00
자활기업·협동조합·주민 위원이 각자 방식으로 만드는 생활권 돌봄
정부양곡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순간이 안부 확인이 된다
정부양곡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순간이 안부 확인이 된다 / ⓒ 브레스저널

광주 광산구 21개 행정동에서 정부양곡을 나르는 ㈜광산택배는 문 앞에 물건을 두고 오지 않는다. 주민을 직접 만나 쌀을 건네고, 평소와 다른 기색이 보이면 동행정복지센터와 복지기관에 알린다. 이 회사가 한 달 평균 배송하는 곳은 약 8700세대, 10㎏들이로 1만 2000포다. 배송 경로가 곧 안부를 묻는 동선이 된 셈으로, 설 전후 사각지대 발굴이 몰리는 시기에 이런 방식은 행정 통보보다 빠를 때가 있다.

㈜광산택배는 2019년 차상위계층 두 명과 기초생활수급자 한 명이 함께 세운 자활기업이다. 같은 해 3월 자활기업으로 전환했고, 이후 광주광역시장 표창과 광산구청장 표창, 보건복지부 우수자활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직원은 7명. 지역 물량만으로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빠듯한 규모였다.

돌파구는 바다 건너에서 나왔다. 2025년 1월부터 전남 완도로 배송 권역을 넓혀 12개 읍·면, 월평균 3070세대에 매달 3600포를 나른다. 섬과 내륙을 오가는 일감이 늘면서 운영은 한숨을 돌렸다. 광주와 완도의 세대 수는 서로 다른 지역의 배송 실적이므로 합쳐 읽을 성격은 아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주민이 직접 위원 명찰을 단다. 18개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참여하는 위원은 모두 393명. 이들은 지난해 회의 92차례를 열어 안건 236건을 다뤘고, 복지 사각지대 1만 5089가구를 찾아냈다. 동마다 특화사업 144개도 함께 굴렸다.

해운대구는 '2026년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운영·지원 계획'을 세웠다. 올해부터는 편의점과 미용실, 배달업처럼 주민을 매일 마주치는 업종 종사자의 참여를 늘린다. 위원 역량 강화 교육과 자살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고독사 위험군과 통합돌봄 대상자를 미리 연계하는 절차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배송 동선과 동네 상권이 사각지대를 찾는 통로가 된다
배송 동선과 동네 상권이 사각지대를 찾는 통로가 된다 / ⓒ 브레스저널

경기 고양시에서는 협동조합들이 돌봄을 사업 영역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고양시협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3일 정기총회를 열고 설립 11주년을 맞았다. 허선주 회장이 이끄는 협의회는 경기도 사회적경제원 지원사업으로 한 해 동안 상시 상담 160건, 컨설팅 70회, 교육 13회를 소화했다. 감사패는 우수 협동조합으로 뽑힌 드림쉐어링 이기대 전 이사장에게 돌아갔다.

협의회가 주관한 '고양시 통합돌봄, 함께 만드는 미래' 포럼에는 148명이 모였다. 최근에는 '고양시 사회연대경제 통합돌봄 추진단'도 출범했다.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이 손을 맞대 재가 돌봄 생태계를 꾸리자는 것이 추진단이 내건 목표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지역 단위에서 준비를 서두르는 흐름이지만, 시행 연도는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같은 시기 경기 광명에서는 하안종합사회복지관이 지역 6개 기관과 힘을 합쳐 429가정에 설 지원 물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광주와 부산, 고양, 광명은 주체도 방식도 제각각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누가 어디에 사는지를 서류 대신 걸음으로 확인한다는 점이다.

배송 노동자가 위기를 감지한 뒤 얼마나 많은 가구가 실제 지원으로 이어졌는지, 해운대구가 찾아낸 1만 5089가구 가운데 서비스로 연결된 비율이 얼마인지는 집계가 나와 있지 않다. 성과를 가늠할 지표는 앞으로 채워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도 편의점 점주와 미용실 원장이 협의체 위원으로 들어오는 변화는 올해 안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쌀 한 포를 건네려 초인종을 누르는 일이 복지 제도의 첫 접점이 되는 동네가 늘고 있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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