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이 시설로 옮기지 않고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3월 27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시범사업 단계를 끝내고 본사업이 개시되는 것이다.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돼 온 이 제도는 지금 전국 229개 지자체 전부가 시범사업에 참여한 상태에서 마무리 준비에 들어가 있다.
제도를 떠받칠 기관들도 정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통합돌봄 전문기관 20곳에 지정서를 건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앙사회서비스원과 시·도 사회서비스원 15곳, 전문인력 양성을 맡는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이름을 올렸다. 수여식은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주재했다.
이들 기관이 맡는 일은 네 갈래다. 정책설계와 성과평가를 돕고, 지원 대상자를 조사·판정해 서비스 지원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지원한다. 지역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일, 현장 인력을 길러내고 종사자를 교육하는 일도 포함된다. 제도의 뼈대는 법이 세우지만 그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은 결국 이 조직들의 몫이다.
현장의 준비 속도는 지역마다 다르다. 경상남도는 지난 4일 도청에서 올해 중점 복지시책을 내놓으며 통합돌봄과를 신설하고 도내 모든 읍·면·동에 통합돌봄창구 305개소를 갖췄다고 밝혔다. 올해 전담 인력 429명이 더 배치되고, 표준서비스 9종에 시·군별 특화 서비스를 얹는 구조다. 김영선 여성복지국장이 설명을 맡았다.
경남은 제도권 복지의 문턱을 넘지 못한 도민을 따로 챙기는 장치도 두고 있다. 지난해 1,858명에게 희망지원금 13억여 원이 나갔고, 올해는 지원 기준을 낮춘다. 노인 일자리는 7만5,000개로 지난해보다 4,300개 늘리고, 경로당 운영비는 이달부터 월 13만 원이 지원된다. 경로당에 놓인 '행복식탁' 5,739세트, 새로 시작하는 '그냥드림' 9개소가 여기에 더해진다.

울산에서는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문기관 지정서를 받았다. 2년 연속 지정으로 파악된다. 이곳은 9명 규모의 돌봄사업 전담조직을 꾸려 긴급돌봄지원, 임시주거 인프라 구축, AI 스마트케어 등 11개 사업과 연구 과제를 함께 굴린다. 1인 가구와 고령층을 24시간 관제하는 AI 스마트케어는 지난해 17명을 구조했고, 올해 5개 구·군 전역으로 넓힌다.
주목할 대목은 이 기관이 전면 시행 전부터 퇴원환자와 재난피해자를 상대로 의료·복지·주거·돌봄을 한 번에 이어 주는 원스톱 모델을 돌려왔다는 점이다. 병원 문을 나선 사람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다시 병상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을, 지역이 받아 안는 체계로 바꿔보려는 시도다. 통합돌봄이 답해야 할 질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29일 구·군 통합돌봄 담당 부서장과 보건소 과장을 불러 준비 현황 보고회를 열었다. 이재홍 보건복지국장 주재로 구·군별 전담조직 설치 현황과 전담인력 배치 계획, 읍·면·동 전달체계 구축 상황을 살폈다. 대구는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를 준비·이행기로 잡고 조례를 만들고 추진계획을 세우며 민관 협력체계를 짜왔다. 대구형 모델 이름은 '단디돌봄'이다.
다만 지역별 준비 상태를 나란히 놓고 견줄 공통 잣대는 없다. 경남은 인력과 창구 수를, 울산은 조직 규모와 사업 건수를 내놓았고, 대구가 점검한 조직·인력 수치는 공개 전이다. 각자의 언어로 준비를 말하고 있어 어디가 얼마나 촘촘한지는 본사업이 굴러가 봐야 드러난다.
남은 시간은 한 달 반 남짓이다. 3월 27일이 지나면 창구에 앉은 담당자가 어르신의 얼굴을 보고 판정을 하고, 계획을 짜고, 서비스를 붙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오래 살던 방과 익숙한 골목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지가 그 자리에서 갈린다. 창구는 이미 읍·면·동마다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