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의 침실을 지켜보는 장치가 건강보험 급여 목록 안으로 들어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복지용구 예비급여 3차 시범사업 품목 선정 공모에서 라닉스의 AI 돌봄 센서, 곧 활동감지시스템이 대상 품목으로 뽑혔다는 발표가 지난 1월 29일 나왔다. 같은 날부터 수급자는 본인부담 30%로 이 기기를 쓸 수 있게 된다. 돌봄의 일부를 기계가 나눠 지는 방식이 공적 비용 안에 처음 자리를 얻은 것이다.
공모 절차는 짧지 않았다. 2025년 10월 27일 접수를 열어 예비급여 전문가협의회의 1차·2차 평가와 가격협의를 차례로 통과해야 했다. 예비급여라는 이름 자체가 조건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안전성과 적합성은 확인됐지만 공적 재정을 들일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고령친화제품에, 기간을 정해 급여를 붙여 보는 방식이다.
실제 쓰이는 동안 쌓인 기록을 근거로 본급여로 넘길지를 나중에 판단한다. 검증 지표와 전환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번 선정은 종착점이 아닌 시험대에 가깝다.
기기가 하는 일은 구체적이다. 침대 생활을 하는 노인이 지금 누워 있는지, 새벽에 일어나 방 안을 돌고 있는지를 카메라 없이 감지한다. 심박과 호흡을 재서 수면 상태를 살피고, 같은 자세가 너무 오래 이어지면 욕창을 막으라는 알림을 보낸다. 차량 뒷좌석에 아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후석알림시스템의 레이더 기술을 응용하고, 데이터를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엣지 AI를 얹어 만들었다.
정서를 돌보는 쪽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AI 돌봄로봇이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로 지정된 사례가 나왔는데, 보행기와 휠체어, 욕창 예방 매트리스처럼 몸을 받쳐 주는 물건 위주였던 목록에 말을 거는 기계가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대표적인 제품인 '효돌'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앱에서 설정한 시간에 약 먹을 때를 알리며, 손 부위를 3초 넘게 누르면 보호자에게 연락이 간다. 93세 권찬 씨는 이 로봇과 하루를 함께 보내고 있다.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돌봄로봇을 쓴 독거노인 169명 조사에서 우울감이 줄고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 연구가 제시된다. 다만 연구 설계의 세부는 공개 범위 밖이다. 비용을 보면 시범사업 당시 로봇 한 대 값은 110만 원, 노인 한 사람이 1년 동안 쓸 수 있는 복지용구 한도는 160만 원이다. 한 대를 들이면 그해 한도의 상당 부분이 그리로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주에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AI 스마트홈 기반 돌봄 사업을 두고, 장애인이 대상에 들어가 있는지를 묻는 문제 제기가 1월 27일 제기됐다. 이틀 뒤에는 복지부가 AI와 기술을 활용한 돌봄 정책 구상을 내놓았고, 낙상 감지와 복약 관리를 함께 다루는 AI 복지용구 논의도 같은 날 이어졌다. 확대와 배제가 한 주 안에 나란히 놓인 셈은 아니고, 확대의 설계도가 그려지는 동안 누가 그 선 바깥에 서게 되는지가 함께 물어진 것이다.
이 물음이 무거운 이유는 기술 돌봄의 문턱이 기기 값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급여 대상 자격, 연령과 등급 기준, 신청 경로 같은 조건들이 실제로 누구를 통과시키는지를 결정한다. 침대에서 지내는 사람의 자세를 읽는 센서는 장애가 있는 이용자에게도 쓸모가 클 텐데, 그 접근 경로가 지금 어떻게 짜여 있는지는 사업 세부가 나와야 확인된다.
당장의 변화는 분명하다. 1월 29일부터 대상 수급자는 30%만 부담하고 침실 센서를 들일 수 있다. 그 뒤 몇 달 동안 쌓일 기록이 이 기기의 본급여 진입 여부를 가른다. 그리고 그 기록에 어떤 사람들의 밤이 포함될지는, 지금 그려지고 있는 사업 설계도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