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서비스가 3월 27일부터 전국에서 이용 가능해진다. 근거법인 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에 맞춰 보건복지부와 시·군·구, 읍·면·동은 전담조직과 인력을 꾸리고 조례를 만드는 준비를 진행 중이다. 그 시행을 두 달 앞둔 지난주, 지역 세 곳에서 각각 다른 방식의 움직임이 하루 이틀 사이에 겹쳐 나왔다.
복지부는 1월 23일 17개 시·도 복지보건국장이 참석한 '2026년 제1차 보건복지 중앙-지방 협력회의'를 열었다. 이스란 제1차관이 주재한 이 회의가 열린 같은 날, 부천시의회는 제28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부천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곽내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 조례는 통합지원 지역계획 수립과 통합지원회의 운영, 구청과 동 행정복지센터·보건소에 통합지원 창구를 두는 내용, 통합지원협의체 구성을 규정한다.
주목할 조항은 따로 있다. 보건의료인과 지역복지 전문가가 함께하는 다학제 협력사업을 강화하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기관의 부담을 보전하는 제도적 장치를 조례에 넣었다. 돌봄에 시간을 쓰는 쪽이 손해를 보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어떤 재원으로 얼마를 어떻게 지급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날 남양주시는 관내 의료기관 네 곳과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으로 남양주에서 재택의료를 제공하는 기관은 서울온케어의원 한 곳에서 다섯 곳이 됐다. 새로 합류한 곳은 다산연합의원, 호평아산내과의원, 설재활의학과의원, 서울굿모닝내과의원이다. 재택의료센터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로 짜인 팀이 집으로 찾아가 진료와 간호를 하고, 지역의 복지·돌봄 자원을 이어 붙이는 역할을 한다.
이튿날인 1월 24일 오전 11시, 전남 순천시 전남동부지역본부 이순신강당에서는 존엄케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가칭)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의료인과 돌봄 종사자, 지역 주민이 함께 조합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된 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파악된다.
이런 조합의 역사는 짧지 않다. 1994년 안성에서 처음 생겼고 2024년 12월 기준 전국 30곳이다. 정부 재택의료센터 사업에는 이 가운데 20여곳이 들어가 있다.

서울 은평구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2012년 조합원 348명으로 문을 열어 지금은 조합원 5143명, 누적 출자금 약 27억원이 됐고, 40~50여개 건강 소모임을 굴린다. 지난해 12월에는 라인댄스 반이 새로 생겼다.
현장이 이렇게 움직이는데도 돈이 흐르는 방식은 그대로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사회·예방의학)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가 진료 횟수를 늘려야 수익이 나는 구조여서 예방과 상담에 힘을 쏟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환자의 건강 수준이 나아졌을 때 보상하는 '가치 기반 수가제'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통합지원법을 굴릴 방법으로는 의사의 권한을 간호사와 케어매니저 등에게 나누는 '다학제 주치의 팀제'를 내놓았다.
임 교수는 1990년대 초 인천에서 '평화의원' 설립에 참여했고, 한국커뮤니티케어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와 인하대 의과대학 학장·보건대학원 원장을 거쳐 지금은 한국커뮤니티케어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007년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재가케어사업단이 시작됐고, 민간이 앞서 벌인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뒷날 장애인건강권법 제정의 바탕이 됐다. 제도가 현장을 따라간 전례가 있다는 이야기다.
바깥의 방식도 참고 대상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케어매니저 제도를 뒀고 지역포괄케어센터의 상당수를 비영리단체가 위탁 운영한다. 독일에서는 디아코니아·카리타스 등 여섯 개 비영리 사회단체가 이익을 좇지 않는 방식으로 돌봄 서비스를 맡고 서비스 질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3월 27일이 되면 전국 어디서든 통합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창구는 시·군·구와 읍·면·동에 놓이고, 부천처럼 조례에 창구 설치를 명시한 지역은 구청과 보건소에서도 상담이 가능해진다. 그때 문을 두드릴 사람 곁에는 의사 한 명이 아니라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이웃 조합원이 함께 서 있게 된다. 순천 강당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만들려던 것도 그 풍경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