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27일 시행된다. 대상자를 찾아내고 욕구를 조사한 뒤 종합판정을 거쳐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로 연결하는 과정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 업무로 넘어간다.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194곳이 기반 조성을 마쳤다는 것이 보건복지부가 2월 11일 내놓은 집계다. 같은 시기 현장에서는 도서·산간의 연계체계가 돌아가지 않고 전담조직조차 꾸리지 못한 곳이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병원 입원 대신 살던 집에서 진료와 돌봄을 함께 받게 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약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1월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해 집에서 진료와 돌봄이 함께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통합돌봄의 목표라고 밝혔다.
약속의 절반인 '의료'가 설계에서 옅다는 문제 제기가 2월 26일 나왔다.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과 사업 설계에 의료와 보건의 역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혜경 이사장은 추진 체계와 예산, 전담 조직이 복지 쪽으로 기울어 있고 보건소·보건지소에 배정되는 예산과 인력 규모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 의료와 복지의 경계는 의미가 없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은 목욕 도움과 혈압 관리와 약 정리가 한 번에 오는 일이다.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는 1980년대 농어촌특별법 체계에서 설계된 틀이고, 2026년의 인구와 의료 환경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올해 공중보건의사 배치 인원이 줄면서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의 일차진료 공백이 깊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겹친다.
사람 문제는 오래된 계산에서 출발한다. 복지부의 2022년 연구용역은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에 사회복지인력 1만3000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지금 통합돌봄 전담인력으로 잡히는 인원은 시·도 본청 90명, 시·군·구 본청 1126명, 읍·면·동과 보건소 4178명을 합해 5394명이다. 이 안에는 육아휴직 대체자와 원래 그 일을 해오던 담당자가 들어 있다.

정부가 시행을 앞두고 예산 914억원을 편성하고 전담 인력 5300명 증원 계획을 밝힌 것과 위 수치가 같은 인원을 가리키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부산시가 기존에 채용해 둔 담당자를 기준인건비 확대분으로 충원한 것처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새 이름이 붙었을 뿐 사람은 그대로인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는 지자체별 편성을 들여다봐야 드러난다.
앞서 나간 지자체들의 그림은 비교적 또렷하다. 청주시는 노인복지과에 사회복지직 3명과 간호직 1명으로 통합돌봄팀을 새로 만들었고, 올해 자체·신규사업 14개와 연계사업 53개에 11억6000만원을 쓴다. 지원 대상도 노인에서 65세 미만 장애인까지 넓힌다. 2019년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진천군은 이월면 도시재생사업과 묶어 고령자 돌봄 지원주택을 단기 회복지원형 1개소와 장기 거주형 원룸 4개소로 운영한다.
제도가 있어도 닿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 국민 2명 중 1명은 이 제도를 모르는 수준으로 인식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의사·약사·간호사·의료기사와 사회복지 직역은 각자를 중심에 둔 체계와 역할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어, 방문진료를 누가 맡고 돌봄 조정을 누가 하느냐는 문제도 정리를 기다린다. 3월 11일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일본 협동복지회 무라키 타다시 이사장을 초청한 강연이 오전·오후 두 차례 열린다.
1998년 설립된 이 일본 법인은 직원 약 1250명 가운데 개호복지사 555명, 간호사 157명, 케어매니저 151명을 두고 있다. 사람의 구성이 곧 돌봄의 내용이라는 뜻이다. 27일이 지나면 각 시·군·구 창구에서 욕구조사와 종합판정이 실제로 시작된다. 가족 중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주소지 읍·면·동과 보건소에 통합돌봄 담당자가 누구인지 물어보는 것부터가 이 제도와 만나는 첫 접점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