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회 안건 하나와 보수 체계 변경 하나가 같은 주에 나란히 걸렸다. 삼성물산은 다음 달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고쳐 부르는 안을 다룬다. 비슷한 시점에 애플은 임원 보수 산정에서 ESG 항목을 걷어낸 것으로 파악된다. 두 결정을 묶어 'ESG 후퇴'로 읽는 해석이 나오지만, 그렇게 볼 근거가 되는 수치는 양쪽 모두 제시되지 않았다.
삼성물산 쪽 변경은 간판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가 맡던 기능은 조정되지 않고, 정관에 적힌 권한도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이다. 명칭만 옮겨 다는 안건이 주총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이 위원회의 이력을 따라가면 이름이 여러 차례 늘어났다 줄어든 흔적이 보인다. 2021년 거버넌스위원회가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됐고, 이듬해에는 내부거래위원회가 이 조직으로 합쳐졌다. 5년 사이 두 번의 통합을 거친 뒤 세 번째로 이름표가 바뀌는 순서다. 기능이 붙을 때마다 명칭이 따라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명칭만 홀로 움직이는 사례에 해당한다.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하며 지금의 법인 형태를 갖췄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그룹 동일인으로 올라 있다. 지배구조 논의가 이 회사를 중심으로 반복돼온 배경이다. 위원회 명칭 변경이 통상보다 크게 읽히는 것도 회사가 서 있는 지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같은 그룹 안에서는 반대되는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2020년 정식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를 협약사 명단에 새로 넣었다. 감시 대상 범위가 넓어졌고, 편입 시점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는 사업지원TF가 사업지원실로 격상되고 정현호 부회장이 직위에서 물러나는 인사도 있었다.
애플 사례는 성격이 다르다. 임원 보상에서 ESG 연계 항목을 덜어냈고, S&P500 편입 기업 전반에서 환경 성과와 연동한 보상이 줄어드는 흐름이 있다는 것까지가 알려진 범위다. 어떤 지표가 몇 퍼센트만큼 빠졌는지, 몇 개 기업이 같은 길을 갔는지는 공개된 바 없다. 흐름은 잡히지만 크기를 재기 어려운 상태다.
두 사건은 대상 기업과 국가, 건드린 제도가 각각 다르다. 한쪽은 보상 설계에서 지표를 뺐고, 다른 쪽은 이사회 조직의 호칭을 바꾸면서 감시 협약은 늘렸다. 서로 어긋나 보이는 움직임을 한 축으로 묶어 후퇴라고 부를 근거는 지금 확보된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ESG라는 표제어가 어디에 붙어 있느냐를 넘어, 보상·거버넌스·공시 각 층위에서 실제 권한과 금액이 어떻게 배분되는지가 평가의 갈림길이 된다.
확인 가능한 다음 국면은 3월 20일 주총이다. 명칭 변경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는지, 권한 조항에 손이 가는지는 그날 결과로 드러난다. 애플의 보수 체계 변경이 어느 항목을 대체했는지도 마찬가지로 후속 공시에서 읽힐 부분이다. 명칭보다 배분표를 들여다보는 편이 평가를 덜 흔들리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