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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법제화 문턱, 남은 건 배출 데이터

플래닛·입력 2026. 01. 22. 오후 1:45:00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속 실측 대신 추정에 기댄 산정 관행
공급망 각 단계의 배출량이 한 기업의 공시 수치로 합산된다
공급망 각 단계의 배출량이 한 기업의 공시 수치로 합산된다 / ⓒ 브레스저널

지속가능성 공시를 자율에서 법정 의무로 전환하려는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1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 등 10인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민병덕 의원실도 별도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민병덕 의원실 관계자는 2026년 1월 20일 이르면 그 주에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실제 발의 여부와 의안번호는 발표 전이다.

먼저 발의된 강훈식 의원안은 공시 의무화와 함께 기후전략 등 목표 수립, 공시사항에 대한 외부기관 인증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 제출과 부실공시 면책 조항, 위반 시 과태료 부과도 포함됐으며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공시 첫 해에 한해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의 법적 책임을 유예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민병덕 의원실은 준비 중인 개정안의 방향을 규제 강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참여 유도로 설명했다. 제도 시행 단계부터 곧바로 법정공시로 출발하는 것이 의원실 자체 입장이며, 거래소 공시를 우선 거칠지 여부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인센티브의 구체적 형태는 법안 조문이 공개되지 않아 확인되지 않는다.

시행 시점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김종대 인하대 명예교수는 2026년 1월 21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34회 ESG 온(ON) 세미나에서 정부 로드맵이 2026년 상반기 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기후공시 기준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추고, 2028년부터 자산 2조원 또는 5조원 이상 대기업을 중심으로 의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두 자산 기준이 병기돼 확정 기준선은 특정되지 않았다.

스코프 3에 대해 김 교수는 유예 가능성이 크지만 폐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고, 현재 이를 강제하는 지역은 EU 정도라고 설명했다. EU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보고 대상 기업 수와 데이터 포인트가 일부 축소된 수준이라고 짚었다.

국내 논의와 별개로 해외 규제는 이미 국내 기업의 실무 부담으로 넘어와 있다.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은 대기업에 공급망 전반의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해당 데이터에 외부 감사를 요구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부터 시행 중이며 수입업자가 EU 수출 물량의 내재 배출량을 보고·증명해야 한다. 2023년 발효된 배터리 규제는 2027년부터 순차 적용되며 성분과 제조과정, 탄소배출량, 재활용 정보를 담은 배터리 여권 부착을 포함한다.

부품 공급망에서는 요구가 더 직접적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사에 탄소배출과 에너지 사용, 인권·안전 관련 데이터를 요구하면서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스코프 3 배출을 구매 판단의 기준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한국경영인증원(KMR)이 2026년 1월 20일 자동차 부품사를 상대로 글로벌 공급망 ESG 평가 대응을 다루는 온라인 세미나를 연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제도 설계와 별개로 남는 문제는 숫자 자체의 근거다. 공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실측보다 활동량에 배출계수를 곱하는 추정 방식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통상 스코프 1은 실측, 스코프 2는 전력사용량 기반 계산, 스코프 3는 추정하거나 생략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산정 기준과 배출계수 출처, 측정 방법, 외부 검증 여부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대응 과제는 데이터 관리 체계다. 자회사와 사업장, 협력사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 리스크 분석 시스템과 전문인력, 내부 활동데이터 수집 체계가 각각 거론된다. 법정 의무화가 확정되면 공시 대상 기업은 인증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를 남겨야 한다.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 시점에 걸려 있다. 하나는 2026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정부 로드맵에서 자산 기준과 개시 연도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다른 하나는 스코프 3 유예가 조문에 어떤 형태로 남는지다. 그 사이 기업이 쌓아야 할 것은 보고서의 문장이 아니라 검증을 견디는 측정 기록이다.

플래닛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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