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보고서는 225곳, 재무 수치는 39곳

플래닛·입력 2026. 01. 10. 오전 10:24:00
코스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10% 증가, 기후위험 금액 환산은 17%
공시 건수는 늘었지만 금액으로 환산된 기후위험은 소수에 머문다
공시 건수는 늘었지만 금액으로 환산된 기후위험은 소수에 머문다 / ⓒ 브레스저널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자율 공시한 곳은 225개사였다. 2024년 204개사와 비교하면 약 10% 늘어난 수치다. 한국거래소는 2026년 1월 5일 이런 내용의 2025년도 공시 분석 결과를 내놨다. 건수는 늘었지만, 기후위험이 회사 재무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금액으로 적어낸 기업은 39개사(17%)에 그쳤다.

공시 기업 수는 2021년 78개사에서 4년 만에 약 3배가 됐다. 다만 증가율은 전년 27%에서 10%로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113개사, 금융·보험업이 48개사로 다수를 차지했다.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법인은 67%가 보고서를 냈지만, 2조 원 미만 기업의 공시 비율은 9%였다. 시가총액으로 나눠 보면 10조 원 이상은 86%, 2조~10조 원은 65%, 2조 원 미만은 17%가 공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용의 층위를 따라가면 숫자가 단계마다 줄어든다. 기후변화의 위험·기회 요인을 식별해 적은 기업은 213개사(95%)로 전년 79%에서 16%포인트 올랐다. 재무적 영향 분석을 수행했다고 밝힌 곳은 207개사(92%)였다. 그러나 실제 수치를 제시한 곳은 39개사(17%), 산정 근거까지 공개한 곳은 21개사(9%)로 좁혀진다.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수행해 공시한 기업은 85개사(38%)로 전년보다 18개사 늘었다. 배출량 항목에서는 Scope 1·2를 공시한 기업이 224개사(99%)에 달했으나, 연결기준으로 공시한 곳은 3개사(1%)였다. Scope 3 공시 기업은 154개사(68%)였고, 이 가운데 149개사가 카테고리를 분류해 평균 8.1개를 제시했다.

작성 기준은 GRI 99%, SASB 96%, TCFD 89% 순으로 채택률이 높았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반영한 기업은 47개사(21%)로 집계됐다. 거래소는 위험·기회, 재무적 영향, 시나리오 분석 등 4개 부문의 공시 모범사례도 함께 내놨다.

민간 분석에서도 비슷한 온도차가 확인된다. 삼정KPMG는 2026년 1월 6일 상장사 216곳의 2024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중 중대성 평가를 적용한 기업은 99%였지만, 물리적 위험의 영향을 분석한 곳은 약 60%, 전환 위험은 50%였다.

위험 식별 95%에서 산정 근거 공개 9%까지, 단계마다 폭이 좁아진다
위험 식별 95%에서 산정 근거 공개 9%까지, 단계마다 폭이 좁아진다 / ⓒ 브레스저널

ISSB 또는 KSSB를 참고했다고 답한 비중은 18%로 전년보다 늘었다. 다만 대상 연도와 표본이 거래소 분석과 달라 두 조사의 비율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자연자본, 사회적 불평등, 전환금융. 삼정KPMG가 앞으로 보고서에서 비중이 커질 영역으로 꼽은 세 가지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TNFD) 보고서를 따로 낸 기업은 4개사(2%), LEAP 전 과정을 공시한 기업은 51개사(24%)였다.

재무제표 안으로 기후위험을 끌어들이는 흐름은 해외에서 먼저 나타났다. ISSB는 기후 관련 위험·기회가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에 미치는 현재 및 예상 영향을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유럽 기준(ESRS)은 기후 대응에 쓰인 자본지출과 운영지출을 밝히도록 한다. 유럽 기관투자자 네트워크 IIGCC는 2025년 문건에서 기업과 감사인이 기후 관련 가정과 불확실성을 주석에 적을 것을 요구했다.

호주·뉴질랜드 공인회계사협회가 2025년 발표한 설문에서는 2024년 재무제표에 기후 리스크를 반영했다는 기업이 38%로, 2021년 18%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77%로 가장 높았다. 반영 방식은 자산 손상 38%, 주요 회계지표 추정 22%, 감가상각 기간 가정 13% 순이었다.

제도 일정은 국내외 모두 움직이는 중이다. 중국은 2026년부터 3대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시행했고, 홍콩·싱가포르·대만·일본도 의무를 도입했거나 대상과 시기를 확정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일정 자산 규모 이상 상장사의 ESG 정보 공개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산총액 2조 원 초과 대형 상장사가 1차 적용을 받은 뒤 코스피 전체로 넓어지는 안이 거론된다. 확정된 시행 연도와 법적 근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의무화가 자율 공시와 갈라지는 지점은 건수가 아니라 검증 가능성이다. 위험을 인식했다고 적는 것과, 그 위험이 자산 가치나 감가상각 가정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숫자로 적는 것은 요구되는 작업의 무게가 다르다. 다음 분석에서 확인할 수치는 225라는 공시 기업 수가 아니라, 39와 21이 어디까지 올라오는지다.

플래닛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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