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날개 끝 붉은 띠가 번져 있다

편집부·입력 2026. 08. 23. 오전 9:14:00
벼는 흙을 쓰고 흰 기둥은 그 위 백 미터의 바람을 쓴다
거저 얻어지는 전기는 없다
거저 얻어지는 전기는 없다 / 사진 Quang Nguyen Vinh · Pexels

구름이 왼쪽에서는 검푸르고, 오른쪽 능선 위에서는 주황으로 익어 있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기 직전의 색이다. 그 아래 논은 초록과 갈색으로 조각조각 나뉜 채 화면 아래 절반을 채운다.

흰 기둥이 가운데에 하나, 왼쪽 들판에 둘, 능선 쪽으로 갈수록 흐릿해지는 것이 여남은 개 더 있다. 가장 큰 기둥의 날개 끝마다 붉은 띠가 둘렸다. 멈춘 것처럼 보여도 그 붉은색이 살짝 번져 있다. 돌고 있다.

땅과 하늘을 나눠 쓰는 살림이 한 장에 들어왔다. 벼는 흙을 쓰고, 흰 기둥은 흙 위 백 미터의 바람을 쓴다. 무엇도 태우지 않고 저녁의 전깃불이 켜지는데, 그러는 동안 논은 논대로 여물어 간다. 농사와 발전이 서로 밀어내지 않고 같은 들판에서 굴러간다는 것, 이 저녁 하늘이 보여 주는 장면이다.

화면 아래로 눈을 내리면 하얀 자갈길이 논을 가르며 두 갈래, 세 축으로 벌어진다. 가장 큰 기둥 밑에는 회색 콘크리트 받침이 네모나게 깔려 있다. 빛은 오른쪽 하늘에서 오는데 그늘은 왼쪽 초록 위로 길게 눕는다.

거저 얻어지는 전기는 없다는 표시다. 길을 내고 기초를 붓느라 논 몇 뙈기가 사라졌고, 그 흔적이 사진 안에 하얗게 남았다.

그래도 초록은 콘크리트 둘레까지 바짝 붙어 자라고 있다. 주황이 식기 전에 한 번 더 보라. 기둥과 벼 사이에 빈틈이 거의 없다. 바람은 사진 밖에서 계속 불고 있다.

편집부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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