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붕 셋이 화면 아래 삼분의 일에 몰려 있다. 위쪽은 옅은 파랑 한 겹뿐, 구름도 새도 없다. 기와는 잿빛이고 그 끝마다 흰 회반죽이 한 덩이씩 물려 있어서, 검은 골을 따라 내려가던 눈이 자꾸 흰 점에 걸린다.
서까래 밑 그늘이 짧다. 한낮에 가까운 빛이 오른쪽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온다.
기와의 선은 곧게 흐르다가 처마 끝에서 살짝 들린다.
그 들림은 도면보다 손에서 나왔을 것이다. 흙을 이겨 굽고, 한 장씩 물려 얹고, 끝을 회로 막아 마감한 사람들의 손. 세 채의 나무 빛깔이 서로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왼쪽은 붉은 갈색, 가운데는 꿀에 가까운 노랑, 오른쪽은 흰 회벽에 검은 띠. 같은 골목에 서 있어도 손질을 받은 해가 달랐다는 말이다. 전통이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계속 덧칠된다는 사정을 지붕은 색으로 기록한다.
화면 한가운데 아래쪽, 처마 그늘 속에 등 하나가 매달려 있다. 유리에 창살이 든 작은 등이고 지금은 꺼져 있다. 오른쪽 흰 벽에는 검은 반원 무늬가 띠처럼 반복되다가 사진 가장자리에서 잘린다.
저 등이 켜지는 시각을 떠올리면 지붕의 곡선은 감상거리에서 살림살이 쪽으로 옮겨 간다. 누군가 저 밑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다시 위를 보면 하늘이 화면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고 있다. 파랑은 위로 갈수록 옅어지고, 비어 있어서 지붕이 더 또렷하다. 흰 점을 세어 보라. 열을 넘어가는 어디쯤에서 세는 일을 그만두게 될 것이다.
편집부 · Breath.Cult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