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붉은 점들은 잠들지 않는다

편집부·입력 2026. 08. 17. 오후 5:53:00
검은 문에서 은빛 문으로, 복도 끝이 흐려지는 이유
밤을 온도로 견디는 복도
밤을 온도로 견디는 복도 / 사진 Brett Sayles · Pexels

붉은 케이블 두 가닥이 왼쪽 첫 캐비닛 안쪽에서 배를 늘어뜨린 채 걸려 있다. 그 옆으로 파란 선이 더 가늘게 갈라지고, 검은 타공 문 뒤에서 작은 램프들이 붉은 점을 찍는다. 문손잡이는 다섯 개까지 셀 수 있고, 늘어선 문들은 뒤로 갈수록 흐려지다가 오른쪽 흰 벽에서 끊긴다.

창이 하나도 없는 복도라서, 밤은 여기로 시간이 되어 오지 않고 온도가 되어 온다.

바깥이 새벽이든 한낮이든 저 붉은 점들은 같은 세기로 켜져 있다. 사람이 잠든 동안에도 학습은 돌아가고, 기계는 어둠을 쉬는 몫으로 세지 않는다. 전기와 찬 공기가 한순간도 끊기지 않아야 유지되는 밝기다.

문마다 촘촘히 뚫린 구멍은 열을 내보내려고 있다. 검은 격자 뒤에서 데워진 공기가 빠져나오면, 어딘가에서 그만큼을 식혀 되돌려 넣는다. 인공지능을 말할 때 사람들은 화면에 뜨는 문장을 떠올리지만 그 문장의 몸은 이 복도의 열로 있다. 기후기술이 여기서 상대하는 것도 결국 공기다.

오른쪽 끝을 다시 본다. 검고 빽빽하던 문이 대여섯 칸을 지나며 은빛으로 옅어지고, 붉은 램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초점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늘어난 칸을 다 채우지 못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그 흐린 끝에서 천장 가까이 검은 전선 하나가 벽을 타고 밖으로 빠져나가고, 복도의 밤은 그 선을 따라 도시 바깥 발전소까지 늘어난다.

손잡이 다섯 개 가운데 열려 있는 문은 하나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 복도를 걸어 나간 사람은 몇 시에 불을 껐을까. 흰 벽만 그 시각을 알고 있다.

편집부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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