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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 데이터센터 71곳 위에 브레이크를 걸다

곽동현·입력 2026. 08. 19. 오전 8:53:00
지역 승인 없이는 주정부 허가 신청도 못 한다
전력과 용수를 삼키는 시설 앞에 지역사회가 먼저 서게 됐다
전력과 용수를 삼키는 시설 앞에 지역사회가 먼저 서게 됐다 / ⓒ 브레스저널

펜실베이니아에는 데이터센터 71곳이 돌아가고, 66개 프로젝트가 추가로 대기 중이다. 조시 샤피로 주지사가 18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은 이 66개의 진입로를 좁힌다. 개발업체는 주정부 허가 심사를 신청하기 전에 지방정부의 승인을 확보해야 하고, 모든 데이터센터는 주정부 신속허가 프로그램(패스트 트랙)에서 빠진다. 서명과 동시에 효력이 생겼다.

패스트 트랙은 주요 투자 사업의 인허가를 한곳에 모아 빠르게 처리해 주는 창구다. 여기서 제외된다는 건 다른 산업 시설과 같은 줄에 서라는 뜻. 대신 주정부 산하 기관은 개발업체와 비밀유지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됐다. 어느 회사가 어디에 얼마짜리 시설을 짓겠다고 협의하는지를 주민이 뒤늦게 알게 되는 관행을 끊겠다는 조치다.

비용 부담 규정이 더 무겁다. 개발업체는 물 절약 기준을 지켜야 하고, 자기 때문에 늘어난 전력 수요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직접 내야 하며, 자체 발전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청정에너지는 지역 안에서 조달하고, 기존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지역 전력자원을 우선 쓰도록 했다. 신규 건설을 일률적으로 막는 모라토리엄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통과 조건은 확실히 빡빡해졌다.

샤피로 주지사는 성명에서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는 투기성 개발 제안이 지나치게 늘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보호 장치를 만들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주민 여론은 이 조치보다 앞서 움직였다. 7월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74%가 자기 동네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데 반대했다. 6월 미국 전역 조사에서는 데이터센터 확대 자체에 찬성한 응답이 3분의 1가량이었는데, 자기 지역에 들어서는 것에 찬성한 비율은 14%로 떨어졌다.

펜실베이니아가 유독 표적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천연가스 공급망이 두껍고, 송전 설비가 깔려 있으며, 동부 인구 밀집지가 가깝다. 아마존은 2025년 이 주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넓히겠다며 200억달러(약 28조원) 투자 계획을 내놨다. 루체른 카운티와 벅스 카운티에서 추진 중인 사업은 지역 반대에 걸린 채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다른 주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뉴욕주는 대형 신규 데이터센터를 상대로 최대 1년짜리 중단 조치를 걸었고, 텍사스주도 신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두 곳 모두 조치의 근거 법령과 적용 범위를 두고 설명이 엇갈려, 실제 사업장에 무엇이 적용되는지는 각 주의 후속 고시를 봐야 한다. 지난 1년 사이 최소 15개 주가 제한이나 중단 방안을 검토했다.

규제가 몰리는 배경에는 발전소 문제가 깔려 있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용으로 계획된 천연가스발전소는 99곳, 용량으로는 126GW다. 업계 평균 수준으로 돌리면 연간 이산화탄소 3억1800만t이 나온다는 추산이 나왔는데, 이는 2025년 미국 전력산업 전체 배출량 14억8500만t의 20%를 웃돈다. 계획된 발전소 상당수는 효율이 낮은 단순사이클 가스터빈을 쓸 것으로 보이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관련 사업에 발을 걸치고 있다.

수요 곡선은 더 가파르다. 미국 전력연구소는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가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의 4~5% 수준에서 2035년 10~20%까지 늘 것으로 봤다. 전기를 두 배 넘게 쓰면 송전선과 변전소를 새로 깔아야 하고, 그 비용은 요금 고지서로 흘러든다. 미국 의회에서 발전·송전·배전 설비 비용을 일반 가정이 떠안지 않게 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지역 승인을 통과한 사업만 주정부 심사대에 올리는데, 이 순서가 개발 일정을 몇 달 단위로 늘릴 수 있다. 반면 주민 설득에 성공한 사업은 착공 이후 소송으로 멈출 확률이 낮아진다. 어느 쪽이 최종적으로 빠른지는 66개 프로젝트가 향후 1~2년간 어떻게 갈리는지로 드러난다.

루체른 카운티 주민이 다음에 받아 볼 서류는 완공 통보보다 지방정부 승인 안건일 가능성이 크다. 회의장에 나가 물 사용량과 전기요금 분담을 따져 묻는 저녁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AI가 사람의 하루에 처음 도착하는 곳이 챗봇 화면이기보다 동네 회의장이라는 사실은, 이 기술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꽤 많은 것을 말해 준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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