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명 기업 20여 곳으로 시작한 공개서한이 이틀 만에 50곳으로 불어났다. '오픈웨이트(가중치 개방형)와 미국의 AI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현지시간 7월 24일 공개됐고, 초기 서명자에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들어갔다. 팔란티어와 IBM, 델도 이름을 올렸다.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비츠까지 합류하면서, 반도체를 만드는 쪽과 모델을 만드는 쪽과 돈을 대는 쪽이 같은 문장에 서명한 모양새가 됐다.
가중치란 학습을 마친 AI 모델 안에 남는 수치 뭉치를 말한다. 이걸 공개하면 누구든 내려받아 뜯어보고 고쳐 쓸 수 있다. 서한도 그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가중치를 풀면 개발사의 손을 떠난다고 인정하면서도, 닫아두는 쪽이 본질적으로 더 안전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넓은 연구자 커뮤니티가 취약점을 찾아내 안전장치를 개선한다는 논리다.
서한은 특정 기업과 특정 관행을 지목해 답변을 요구했다.
7월 20일 미국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 일부 각료가 외국 오픈소스 모델의 사실상 금지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상무부는 지난해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규정 초안을 돌렸고, 다수의 중국 AI 연구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도 함께 살폈다. NSA와 백악관 ONCD는 중국 AI 연구소의 위협을 다룬 권고안을 준비했다.
백악관은 보안 사고가 나면 미국 기업이 책임지는 조건으로만 중국 모델 서비스를 허용하는 행정명령까지 만지작거렸다. 이 시도들은 모두 혁신이 위축된다는 반대에 부딪혀 접혔다.
스리람 크리슈난 전 백악관 자문관을 비롯한 인물들이 떠나면서 행정부 안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졌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OSTP 실장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중국 기업이 미국 모델을 무단 증류했다는 이유로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증류란 큰 모델의 출력을 받아 작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으로, 개발비를 크게 줄여준다.
서한은 여기서 선을 그었다. 정당한 개발 기법과 부정한 탈취는 다르며, 대응은 소송과 계약 같은 수단으로 풀어야지 기술 전반을 틀어막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대립의 양쪽 당사자가 모두 미국 기관과 미국 기업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값싸고 성능 좋은 중국 모델이 규제 없이 퍼지면 심각한 안보 위험이 된다고 경고해왔다. 딘 볼 오픈AI 전략미래 책임자는 7월 17일 X에 오픈웨이트 모델이 지배하는 세상이 'AI 공산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적었다. 반대편에서 백악관 AI 고문 데이비드 색스는 폐쇄형 선도 연구소들이 정부의 손을 빌려 경쟁자인 오픈소스를 치우고 싶어 한다고 X에서 받아쳤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X 계정의 첫 게시글로 이 서한을 소개했다. 미국 중소 기술기업들이 모인 리틀 테크 협회는 그보다 앞선 7월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라치오스 실장 앞으로 중국 개방형 모델 접근을 막지 말라는 서한을 보냈다.
배경에는 성능 격차가 좁혀졌다는 감각이 깔려 있다. 문샷AI는 7월 중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를 공개했고, 알리바바는 '큐원 3.8 맥스'를 내놨다. 두 모델은 일부 벤치마크에서 미국 모델과 대등한 결과를 냈고 미국 기업들의 도입도 늘고 있다.
공짜에 가깝고 성능이 비슷하면 쓴다. 규제로 이 흐름을 막으려는 쪽과, 막는 순간 미국 개발자도 함께 묶인다고 보는 쪽이 갈린다.
국내 기업과 연구소의 상당수가 개방된 가중치를 받아다 미세조정해 서비스를 만들어왔고, 그 전제는 필요한 모델을 언제든 내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특정 국가의 오픈웨이트 유통을 실제로 제한하면 저장소 접근부터 클라우드 호스팅까지 어디가 막히는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규정 초안의 적용 범위가 중국 모델에 한정되는지, 외국 오픈소스 전반으로 넓어지는지가 갈림길이다.
서한은 미국의 AI 우위가 가장 앞선 모델 하나에 달린 게 아니라고 썼다. 모든 분야로 퍼지는 개방 생태계를 만드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규제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개발자가 내려받을 수 있는 모델의 목록은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