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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이 굳기 직전, 워싱턴에 몰린 AI 로비 자금

곽동현·입력 2026. 07. 28. 오후 3:29:00
오픈AI 222만·앤트로픽 353만 달러, 한국은 기본법 시행령 가동
규칙이 문장으로 굳기 전에 손을 대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규칙이 문장으로 굳기 전에 손을 대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 ⓒ 브레스저널

오픈AI가 2026년 상반기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쓴 로비 자금은 222만 달러, 원화로 약 32억5000만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의 두 배 가까운 액수다. 앤트로픽은 353만 달러, 약 51억7000만원을 썼고 증가폭은 세 배에 이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분기 기준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돈을 워싱턴에 풀었다.

이 돈이 무엇을 사려는지는 로비 현안 목록에 적혀 있다. 업계가 가장 크게 걸고 있는 항목은 새 AI 모델을 내놓을 때 미국 정부가 어떤 심사를 거치게 할지 정하는 규정이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절차와 그 시설에 전력을 붙여주는 조건도 함께 올라 있다. 모델의 파라미터, 그러니까 학습을 거치며 정해지는 모델 내부의 수치 묶음을 외부에 공개하도록 강제할지 여부도 쟁점에 들어간다.

규제를 막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AI 나우 인스티튜트 공동대표 암바 카크는 이번 지출을 규제 저지와 산업 지원 요구가 함께 담긴 움직임으로 봤다. 주 단위 AI 규제를 의회가 통째로 금지하려던 시도는 무산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밀어붙인 방식도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카크의 설명이다. 연방 차원의 느슨한 규제 체계를 지지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주마다 규제가 갈리면 혁신이 막힌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기업들은 서명으로도 움직였다.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메타·오픈AI·구글을 포함한 77개 AI 기업과 투자사가 오픈소스 모델을 지나치게 옥죄지 말라는 공개서한을 미국 정책 당국에 보냈다. 출발할 때 이름을 올린 곳은 25곳 안팎이었고, 오픈AI와 구글이 합류하면서 명단이 세 배로 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X에 이 서한을 공유하며 최첨단 폐쇄형 모델과 최첨단 오픈 모델이 둘 다 필요하다고 적었다.

생성형 AI로 서비스를 운영하면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생성형 AI로 서비스를 운영하면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 ⓒ 브레스저널

반대편 입법도 움직인다. 미 의회에는 오픈AI GPT 모델을 겨냥한 사이버공격을 계기로, 고위험 AI 모델의 작동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킬 스위치'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심사가 어느 단계까지 갔는지는 공개된 내용이 많지 않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이 7월 21일부터 효력을 갖게 됐다. 국가기관이 물품을 사거나 용역을 발주할 때 AI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고려하도록 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그 제품에 AI가 실제로 쓰였는지 확인해주는 제도가 새로 생겼다. 대학과 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울 때 갖춰야 할 요건과 허가 절차도 조문에 담겼다.

이용자가 곧장 체감할 조항은 고지 의무다. 생성형 AI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굴리는 사업자는 AI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한다. 누가 봐도 AI인 경우나 내부 업무용은 예외로 뒀다. 사업자가 자사 제품이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 확인받을 수 있는 절차도 함께 마련됐다.

씨티은행은 에이전트 AI 630개를 등록해 두고 들여다보는 글로벌 감독 체계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신한은행도 도입 사례를 내놨다. 두 발표가 나온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2기 포럼은 7월 2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금융사가 해외 금융사보다 빡빡한 규제를 받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어떤 모델이 출시 전에 어떤 검사를 받는지, 파라미터를 공개할 의무가 생기는지, 은행 앱 상담이 어느 선에서 사람에게 넘어가는지는 워싱턴과 세종에서 각각 다른 절차로 정해지는 중이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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