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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센터, 행정은 AI에 상담은 사람에

곽동현·입력 2026. 08. 04. 오후 5:52:00
네 갈래로 짜인 국가 고용서비스 혁신안, 기계와 사람의 담당 구역을 가르다
반복되는 행정은 기계로, 마주 앉는 일은 사람에게 넘긴다
반복되는 행정은 기계로, 마주 앉는 일은 사람에게 넘긴다 / ⓒ 브레스저널

해마다 200만명이 드나드는 고용센터의 일감을 네 갈래로 다시 짜는 안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개됐다. 반복되는 행정업무는 인공지능(AI)에 넘기고 직원은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상담, 경력설계 지원에 집중한다는 것이 뼈대다. 실업급여 지급처럼 정해진 규칙대로 흘러가는 처리를 기계 쪽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행정조직과 서비스조직을 나누고, AI 기반 디지털 고용센터를 세우고, 직원 전문성을 키우는 과제가 여기에 묶였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함께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상담원 한 사람이 하루에 처리하는 실업인정 업무가 70건을 넘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업인정은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구직활동을 했는지 확인받는 절차를 가리킨다. 한 건에 십 분을 쓰기도 빠듯한 분량이다.

상담이 끼어들 틈은 그만큼 좁아진다. 2005년 고용서비스 선진화 이후 창구의 부담은 실업급여 쪽으로 기울어 왔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축사에서 반복적인 행정은 AI에 맡기고 그 빈 곳을 사람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채우는 것이 혁신의 요체라고 밝혔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 고용서비스 제공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행정업무 조직과 서비스업무 조직을 떼어놓자고 제안했다. 광역센터를 새로 두고 일선 센터는 얼굴을 마주하는 서비스에 힘을 싣자는 안도 내놨다. 구직자의 경력과 역량을 분석해 어울릴 만한 서비스를 골라주는 '나만의 AI 고용센터'도 이날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실업급여를 내주는 창구에서 벗어나 졸업부터 퇴직까지 이어지는 평생 토털케어 체계로 가겠다는 구상이 그 밑에 깔려 있다.

토론에서는 설계의 빈틈도 지적됐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급여 행정과 취업지원 기능을 어느 선에서 가를지, 업무 분류부터 정리돼야 한다고 짚었다. 자동화로 덜어낸 행정인력을 상담과 사례관리로 어떻게 옮길지 방안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급여 행정과 취업지원을 어느 선에서 가를지가 개편의 첫 관문이다
급여 행정과 취업지원을 어느 선에서 가를지가 개편의 첫 관문이다 / ⓒ 브레스저널

사례관리는 구직자 한 사람을 취업까지 계속 따라가며 돌보는 방식을 말한다. 김균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개혁안 설계와 법령 정비를 차례로 밟지 말고 두 축을 동시에 굴리자고 제안했다.

개편안이 나온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1년 사이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15~29세 취업자가 8만명 넘게 줄어 관련 통계가 잡힌 2017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반등했는데도 청년 취업자는 20만명 넘게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향후 10년 안에 전문가와 사무직 같은 중·고숙련 직종에서 해마다 2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창업 중심 국가를 내세우며 AI 시대에 맞는 고용전략 전환을 강조했다.

민간 창구에서 챗봇과 자동심사가 굴러간 지는 꽤 됐다. 공공 고용서비스는 조건이 다르다. 실업급여는 생계가 걸린 돈이고, 심사가 틀렸을 때 사람이 다시 들여다보는 통로를 어떻게 열어둘지가 자동화 설계의 핵심 과제다. 이번 안은 자동화 업무와 상담 업무의 범위를 국가가 직접 구분하겠다고 밝힌 사례다.

조직을 나누는 과제는 법령과 직제를 건드린다. 병렬 추진 제안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화가 얼마나 빨리 창구에 들어오느냐보다, 덜어낸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개편의 성과는 상담원이 서류 처리 대신 구직자 상담에 쓰는 시간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로 확인된다. 해마다 200만명이 지나가는 창구에서 그 시간이 늘어야 경력설계 지원이 가능해진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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